지난 20일 경북 경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차원의 대구경북 행정통합 지원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한민국 지방 행정구역 개편의 첫 성공 사례가 되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오는 2026년 7월 1일 통합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연내에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로드맵도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행정안전부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지원하기 위해 '범정부 통합 지원단'을 꾸리겠다고 약속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1995년 민선 자치제 출범 이후 대한민국 최초의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덩달아 부산·경남, 충청권 등도 광역단체 간 통합 분위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합종연횡을 추진하고 있다.
언뜻 보면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통합 논의가 처음 나왔던 3년 전과 사뭇 다른 모양새다. 대통령과 정부 차원의 지원 약속이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지방행정 체제 개편'이라는 대변혁의 서막을 본격화하는 듯하다.
하지만 3년 전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결국 실패로 끝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시도민들의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지 못했고, 통합 청사 위치에 대한 논란도 컸다. 이 문제들은 지금도 여전하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선언적 발표에 여론 수렴은 뒤로 미뤄졌다. 게다가 홍준표 시장이 '대구광역시' '대구에 통합청사, 경북에 권역별 청사' 등 어디에 집을 짓고 집 이름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를 단언한 점은 3년 전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는 꼴이다.
예로부터 집을 어디에 지을 것인지? 어떻게 이름(당호·堂號) 붙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숱한 고민과 철학이 담겨졌다. 당호에는 건물 주인의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럴진대 대한민국 지방행정 체제 개편의 대변혁을 가져올 대구경북이 살림을 합치면서 집을 어디에 지을 것인지?(통합 청사), 집 이름을 어떻게 지을 것인지?(통합 단체 이름)를 일방적 선언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특히, 도청을 유치한 경북 북부권에는 "통합 청사는 당연히 지금의 경북도청에 설치되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경북도의회 몇몇 의원들은 이미 통합 절차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경북도청 신도시를 중심으로 안동과 예천 쪽에는 통합 반대를 외치는 현수막들도 내걸리고 있다. 안동·예천 시군의회도 여론 수렴 없는 통합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북의 대다수 기초단체장들도 속을 끓이고 있다. 통합 결정을 먼저 하고, 내용을 채우겠다고 하니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찬성도 반대도 못 하는 꼴"이라는 볼멘소리들이 나온다.
이철우 도지사도 최근 도의회에 출석해 "경북이 큰집"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다만 지금이 '때'라며 통합 추진에 대한 시기를 강조했다
3년 전 통합 추진 시 시도민들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던 '대구는 경제 중심, 경북은 행정 중심'이라는 통합 기조가 하루빨리 로드맵에 담겨야 한다. '서울과 세종'을 비롯해 '뉴욕과 위싱턴' '호찌민과 하노이'처럼 대구와 경북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수도권 일극 체제의 극복과 지방정부의 경쟁력을 위해 꼭 가야 할 길이라면, 순리를 택해야 한다. 정부가 지원하니 큰 걸림돌 하나는 사라졌다. 다만 시도민들의 의견을 더 꼼꼼히 들어야 한다. 시도민들이 통합에 힘을 보탤 때 천년을 버틸 주춧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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