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10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 심사평> "은유와 직서 사이"

홍억선 수필가
홍억선 수필가

문학은 대체로 작가의 몫에서 독자의 몫으로 그 소유가 이전 진화될 때 문학성을 확보한다. 특히 수필에서는 개인적 체험의 직서(直敍)보다 밀착된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은유(隱喩)적 장치가 걸렸을 때, 그 역할과 가치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일테면 '그런 일이 있었어?'라고 읽힐 때보다 '나와 우리에게 그런 류의 일이 있었고, 또한 있을 수 있겠다'로 해석되고 적용될 때 작가와 작품, 독자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문학의 영역에 가까워진다고 하겠다. 물론 직서와 은유가 문학 표현을 가르는 우월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더구나 시니어문학상이라고 하는 취지와 아마추어, 기성작가가 경합하는 공모전에서는 이것을 평가 순위를 두기가 어렵다. 다만 작가가 쓴 1에 독자의 9를 더해 10이라는 질량과 밀도를 완성하는 것이 문학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직서와 은유가 가지는 장단점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이미영 수필가
이미영 수필가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끼'와 '개밥바리기'는 은유적 기법을 바탕으로 깐 작품이다. '이끼'는 보조관념인 이끼의 수평적 속성과 작가의 수평적 삶의 지혜가 잘 조응됐으며 보조적 인물로 등장하는 제비 두 마리 역시 주제를 단단하게 구현하는데 적절히 활용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밥바라기'는 시간마다 공간을 이동하면서 제 빛을 내는 별이다. 작가는 이제 퇴직하는 남편의 삶의 궤적을 개밥바리기의 존재로 비유해 공감력을 높였다. 이제까지의 걸어온 자취를 '겨울'로, 지금부터의 삶을 '봄옷을 다리는 계절'로 배경을 두르는 세밀함도 눈에 띄었다.

'마지막 독백'은 독특한 형식의 글이다. 93세의 주인공이 아들에게 구술하는 독백체의 글로서 작가와 주인공이 하나인 듯 다른 인물인 듯 마치 단소설을 읽는 듯 새로웠다. 그 독백의 주인공이 어느 개인이 아니라 우리들의 어머니처럼 읽힌다는 점에서 소소한 일상의 확장성을 보여줬다.

'석굴암에서 쓰다'와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는 직서로 읽히는 글이다. '석굴암에서 쓰다'는 우선 수미상관의 구성으로서 주제의 집중도와 글의 안정성을 높였다. 구순에 든 남편의 치매를 화소로 해 우리들에게 낯익은 일상을 유려한 문체로서 가독성을 높인 글이었다. '넘을 수 없는 벽'은 소통의 도구인 말을 소재로 한 글이다. 말이 없는 시어머니와 달변인 시어머니의 선명한 대비로서 말의 쓰임과 중요성을 깨닫게 헸다.

수필은 오래 생각해서 짧게 쓰는 글이다. 또한 짧게 읽고 길게 생각하는 글이다. 두 심사자는 이런 점과 더불어 직서와 은유의 적절한 활용을 고려해 다섯 편의 글을 수상작으로 밀었다. 수상자에게는 축하를, 선에 들지 못한 응모자들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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