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문화예술의 도시라고 불리거나 불렸으며, 때로 내부적으로는 대구를 최고의 공연예술 도시라고도 한다. 그러나 한 도시의 고유성을 문화예술로 정의하려면, 적어도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근거가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관련 연구의 척도를 빌리자면, 문화공간이나 시설의 존재, 문화 참여와 문화적 활력, 문화 인력양성과 일자리 창출, 문화산업 환경, 문화를 통한 국제적 연계, 문화 분야의 개방성, 문화 관련 거버넌스의 질적 수준 등이다. 이런 척도를 기준으로 볼 때, 5년 또는 10년 후에도 대구에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까운 부산과 비교해 보자. 문화시설만을 두고 이야기하자면, 과거 대구오페라하우스의 개관은 우리나라 오페라계에 있어서 큰 뉴스였다. 다른 지역에서도 대구오페라하우스의 공연을 보려고 대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대구와 오페라에 대한 외부의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됐었다. 당시에 서울과 대구에만 전용 오페라하우스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한국 내의 오페라계의 지형을 바꿀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북항에 건설되고 있다. 이 오페라하우스는 2027년에 개관할 예정이며, 총괄 감독으로는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예술감독을 역임한 정명훈이 위촉되었다.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부산오페라하우스를 비교해 보면 외관과 입지가 확연히 다르며, 장소적 가치를 본다면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누구나 분명히 알 수 있다.
콘서트하우스도 마찬가지다. 2013년에 증축과 보수 후에 재개관한 대구콘서트하우스를 두고 공연예술 메카의 재탄생이라고 했지만, 이마저도 부산에 밀리지 않을까? 부산시가 4천406개의 파이프를 가진 오르간이 설치될 예정인 2천석 규모의 부산콘서트홀을 국립 부산국악원 인근의 부산시민공원에 지어서 내년에 개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 전문 콘서트홀에는 으레 파이프 오르간이 있듯이, 대구 콘서트홀에도 파이프 오르간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비용 문제로 그동안 실현되지는 않았다.
두 도시 간에 오페라 하우스의 입지적 환경이 차이가 나고 콘서트홀에 파이프 오르간이 있거나 없거나 하는 등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결국 의사결정의 문제다.
지금 세계의 많은 도시가 정책의 최전선에 문화를 두고 문화와 창의성이 주도하는 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화가 주도하는 도시 개발의 실행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는 것은 문화가 다차원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정책이 일부만의 밀담이 되지 않도록 시민들, 이해관계자들, 그리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할 수 있는 문화정책 개발의 프로세스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구글이 서비스하는 '예술과 문화(Google Arts&Culture)'에 대구콘서트하우스의 역사를 설명하는 글이 있는데 "대구는 한국 근대음악이 뿌리를 내린 대한민국 최고의 공연예술 도시입니다.(중략) 2017년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선정돼 국제적 음악도시로 발돋움한 도시이기도 합니다"라고 돼있다. 일단은 좋은 의도에서 하는 말이지만, 지금 이대로 간다면 '대한민국 최고'라는 말은 요즘 신조어로 '희망 회로'를 돌리는 것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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