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K통합, 이렇게 해야 성공…여론 모으고, 권역별 발전 청사진 펼쳐야

경북 각 권역별 발전 방안 수립해야…북부권 전략이 쟁점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시·도민 여론 수렴이 가장 필요한 과제로는 통합 시(도)의 명칭과 통합 청사 위치가 꼽힌다. 경북에서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부권(경북도청 신도시)에 통합 청사 등 행정기관이 밀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북도청 신도시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시·도민 여론 수렴이 가장 필요한 과제로는 통합 시(도)의 명칭과 통합 청사 위치가 꼽힌다. 경북에서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부권(경북도청 신도시)에 통합 청사 등 행정기관이 밀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북도청 신도시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경북(TK)발 '행정통합'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TK통합이 힘을 얻을 수 있게 된 건 지방 소멸 위기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국토 면적 약 11%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모든 게 이뤄지다 보니, 수도권 공화국이라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다.

각각 250만 명 수준인 대구(237만 명)와 경북(254만 명)의 인구로는 경제·산업·문화 등 전 분야에 있어 수도권 집중을 절대 막을 수 없다. 심화되는 고령화 현상과 청년 순유출은 도시의 존폐조차 어둡게 하고 있다. 지방의 위축은 중앙정부의 통제를 더욱 심화하게 할 뿐 아니라, 탈 지방을 가속화 시킬 것이 자명하다.

이 같은 문제의 해법은 사실상 '통합'이 유일하다. 500만 명 수준의 통합 TK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안이다. 인구 규모로는 핀란드(554만 명), 스웨덴(551만 명) 등 세계 120위권 수준으로 TK신공항과 영일만항을 통해 세계와 경쟁도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정한 통합 가이드라인(2026년 지방선거) 까지는 고작 2년의 시간도 남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경북의 각 권역별 발전 방안, 통합 시(도)의 명칭·청사 위치, 통합을 위한 법·제도적 기반 마련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여소야대 국회, 특별법 통과 가능할까?

홍 시장과 이 도지사는 지난 5월 행정통합을 재추진 하기로 하면서, 연내 각 시·도의회 의결과 함께 특별법 제정을 마치겠다고 공언했다. 특별법안은 이미 한 차례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련된 기존 안을 활용해 수정·보완 등의 작업만 이뤄지면 된다.

문제는 여소야대의 구도 속에서 특별법안의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역 내 유일한 야당 국회의원 임미애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인구 소멸에 직면한 상황에서 행정통합 의제를 비켜가긴 힘들겠지만, 행정 효율만 추구하는 홍준표식 통합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주민의 숙의를 거쳐야 한다. 일부에서 여론조사 방식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자고 하는 데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행정 통합 반대 의사를 밝혔다.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반대 혹은 신중한 입장을 밝히는 것 또한 행정통합 특별법안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강명구 의원(구미을)은 "시·도민의 여러 우려를 해소할 수 있게, 충분한 숙의 과정을 통한 공감대 형성과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안동·예천이 지역구인 김형동 의원(국민의 힘)은 앞선 통합 추진 과정에서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지난달(6월) 경북도의회 정례회에선 각각 안동과 예천이 지역구인 도의원들이 도정 질문과 5분 발언 등을 통해 행정통합 추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행정통합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저출생 문제 해결과 지방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지역에서 통합 어젠다를 제시한 만큼 정치권의 협조도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

◆통합청사 위치, 통합 지자체 명칭

통합 논의과정에서 시·도민 여론 수렴이 가장 필요한 과제로는 통합 시(도)의 명칭과 통합 청사 위치를 꼽을 수 있다. 지자체 명칭의 경우에는 지난 통합 추진 당시에는 '대구경북특별광역시'로 뜻이 모였다. 대구경북특별광역시는 7개 자치구, 10개 자치시, 2개 일반구, 14개 자치군을 관할하는 형태다.

명칭 문제에 대해선 '대구의 확장'을 주장하는 홍 시장에 반해 지역 정체성 등을 이유로 '경북'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통합이 재논의된 5월까지만 하더라도 홍 시장은 '대구직할시' 등의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반면, 전직 경북도의원을 중심으로 한 경북 지역에서 '경북의 명칭이 없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이철우 도지사도 지난달(6월) 도의회 정례회와 자신의 SNS 등을 통해 "행정구역 명칭은 지역의 역사와 전통,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문제"라며 "'대구경북'이라는 명칭을 공동으로 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통합 청사 위치 또한 쟁점이다. 홍 시장은 "대구시 청사를 기준으로, 안동과 포항에 각각 북부, 동부 청사를 두면 된다"는 입장인 데 반해, 이 도지사는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북부권으로 통합청사가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도지사는 통합 이후 '더 커진 자치권'을 바탕으로 추가되는 기관들도 북부권(경북도청 신도시)에 위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시·도 통합 모델로 국방·외교 등의 권한을 제외한 연방 정부 형태를 제안한 이 도지사가 향후 특별행정기관 권한 이양 등의 과정도 염두에 담은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실적 측면에서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청사 건립 비용 절감과 기존 청사 활용 등의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지난 7월 1일부터 포항에 경북도 동부 청사가 운영에 들어간 상태. 현재로선 기존의 대구·안동에 위치한 시·도청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행정 기능을 분산하는 게 유력하다.

◆권역별 발전 방안 마련해야

2019년부터 약 2년 간 추진된 대구경북 행정통합 첫 시도가 무산됐던 가장 큰 이유는 지역민 반발이다. 2021년 4월 당시 이 도지사는 TK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의 여론조사 결과를 들며 "당장 대구와 경북을 통합할 수 없으므로 우선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통합을 2022년 지방선거 이후 중장기과제로 진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63.7%를 기록했다. 반면 권영진 당시 대구시장과 이 도지사가 목표로 한 통합 출범 시점(2022년 6월)에 해야 한다는 응답은 18.3%에 그쳤다.

당시 통합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여론 수렴 부족과 함께 경북 정치권의 거센 반발을 들 수 있다. 특히 2016년 3월 경북도청이 이전한 안동·예천을 중심으로 한 경북 북부권의 반발이 가장 심했다.

2년 만에 통합이 재추진되고 있는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19일 안동시의회는 '행정통합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안동시의회는 "500만 통합도시로 단체장의 위상은 높아지겠지만, 경북은 발전 기회가 줄어들고 소멸 위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천군의회도 지난달 20일 행정통합 촉구 추진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통합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부권에선 지역 내 균형발전을 위해 경북도청을 이전했는데, 통합을 추진할 경우 대구와 경북 동남권으로 극심한 블랙홀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지지부진한 도청 신도시 2단계 개발 등도 주민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경북도는 2025년까지 10만 자급도시를 목표로 도청 신도시 개발 계획을 추진했으나, 현재 기준 인구는 2만5천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통합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대구시와 경북도는 북부권 등 경북 각 권역별 발전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홍 시장은 지난달 7일 간부회의를 통해 "경북 북부지역이 소외되지 않도록 대구경북의 산하·기관단체들을 안동으로 이전시키는 등 상실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도지사도 지난달 열린 도청 간부회의와 도의회 도정질문 답변에서 북부권 등 경북의 각 권역별 발전 방안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북도는 2021년 행정통합 추진 당시에 마련한 '북부권 GREATE 발전 전략'을 활용해 통합 이후 북부권이 소외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 전략은 경북도청 신도시를 축으로 TK신공항과 연계해 각 시·군별 맞춤형 산업을 육성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통합 논의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각 권역별로 구체화된 발전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경북도청 전경. 매일신문 DB
경북도청 전경. 매일신문 DB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