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기후변화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60년쯤 지나면 서울 기준 하루 최고기온 33℃ 이상인 폭염일수가 110일이나 된다. 한여름 찜통더위가 석 달 이상 이어진다. 게다가 1년의 절반 이상은 여름 날씨다. 열대야는 지금보다 8~9배 늘어나 100일가량 된다. 연평균 강수량도 250㎜ 넘게 증가하고,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날도 지금보다 40%가량 늘어난다. 온실가스가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배출된다는 가정 아래 만든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이야기다.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섰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고 앞으로도 비용과 효율, 나라별 상황을 볼 때 극적인 개선은 없을 것이다. 즉 '고탄소 시나리오'는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

이런 극단적인 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 들어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체감하고 있다. 2018년 최악의 무더위라고 했는데, 올해 6월 벌써 폭염일수가 당시 기록을 깼다. 장마로 잠시 누그러진 폭염은 7, 8월 맹위를 떨칠 전망이다. 기상청은 폭염일수 최다 기록을 무난히 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6월 더위는 맛보기에 불과했고, 습식 사우나를 방불케 하는 진짜 폭염은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 계속된다.

한때 기후변화 또는 기후위기를 두고 진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구의 역사를 놓고 볼 때 이런 정도의 기온 상승은 수차례 있었고, 온실가스로 촉발된 현재의 기후변화도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옳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질학적 연구를 토대로 볼 때 분명 지금보다 극심한 기후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가 지금처럼 빠른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재앙적 결과도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 오히려 소극적이고 낙관적 측면이 있다. 화석연료 사용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재생에너지 전환은 느리기만 하다.

급기야 사람들은 '기후 우울감'을 호소한다. 최근 논문 '한국인의 기후 불안 수준 및 특성'에 따르면, 연령이 낮을수록 기후 불안이 컸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 현상을 보며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이다. 인구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불안한 미래에는 기후변화도 포함된다. 기업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려는 'RE 100'은 그저 수출이나 경제만을 위한 노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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