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성 일차전지 공장 화재…'쉽게 꺼지지 않는 불' 피해 확산

1989년 럭키화학서 16명 사망, 3년 전 이일산업서 6명 사망
독성 화학물질에 농경지·상수도 등 '2차 피해' 가능성도 거론
경찰 130명대 대규모 수사본부 구성, 신원확인 및 수사 속도 낼 듯
고용노동부도 산재수습본부 꾸려…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

2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1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에서 불이 나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1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에서 불이 나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픽] 최근 국내 대형 화재 사고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2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 화성의 일차전지 공장 화재는 \
[그래픽] 최근 국내 대형 화재 사고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2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 화성의 일차전지 공장 화재는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사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경기 화성의 일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날 오후 3시 공장 3동에 대한 내부 수색을 시작한 후 불에 타서 죽은 상태의 시신 20구 이상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0eun@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사인 '아리셀' 공장 화재로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이 급속도로 확산한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배터리 화재 특성상 진화 및 구조활동이 어려운 점이 피해를 키웠다. 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2차 피해 가능성도 우려되는 가운데 환경당국이 대응에 나섰으며, 경찰과 고용노동부도 수사 및 수습본부를 꾸려 관련 수사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악 화학공장 사고

2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이번 아리셀 공장 화재는 '역대 최악' 화학공장 사고의 오명을 쓸 것으로 보인다.

과거 최악의 화학공장 사고는 1989년 16명의 사망자와 17명의 부상자가 나온 전남 여수 국가산단 내 럭키화학 폭발 사고다.

앞서 2012년 8월 23일 청북 청주시의 LG화학 청주공장 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물질 공장에서는 폐용매 드럼통이 폭발하는 사고로 8명이 목숨을 잃었고, 10명가량이 다쳤다. 2013년에는 여수산단 대림산업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비교적 최근에는 2021년 12월 13일 여수산단 내 석유화학제품 제조공장인 이일산업에서 불이 나 작업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진화 어렵고 2차 피해 가능성

특히 배터리 화재는 진화가 어렵고 업종 특성상 주변지역 오염 등 2차 피해 가능성까지 유발한다.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소방수를 분사하는 일반적 방식으로는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아 진화가 까다롭다. 겉으로는 불이 꺼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내부에선 고열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불꽃이 일어날 수 있으며, 다량의 불산가스를 발생시켜 소방관의 내부 진입 역시 어렵게 한다.

이날 화재 역시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배터리 1개에 불이 붙으면서 급속도로 확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초기 대량의 화염과 연기는 물론 폭발도 연달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공장 사고는 독성물질이 주변으로 확산하는 2차 피해로 이어지며 피해 규모를 키우므로 사후 대응 역시 중요하다. 일례로 2008년 3월 1일, 2명이 사망한 경북 코오롱유화 김천공장의 탱크 폭발 사고로 유해 화학물질인 페놀이 대구경북 취수원인 낙동강을 덮치는 2차 피해를 낳았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 환경부는 염소와 황산화물 등 유해화학물질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곳 공장은 리튬 외에 톨루엔, 메틸에틸론, 염화싸이오닐, 수산화나트륨 등의 화학물질을 다뤘다. 이중 전지 전해액으로 사용되는 염화싸이오닐이 연소하면서 염소와 황산화물, 염화수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2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사진은 연기가 치솟는 공장 건물. 연합뉴스
2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사진은 연기가 치솟는 공장 건물. 연합뉴스

◆경찰·고용노동부 대규모 인력 편성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사건 수습 및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4일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수사를 위한 130여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청 광역수사단장을 본부장으로 형사기동대 35명, 화성서부경찰서 형사 25명, 과학수사대 35명 등이 포함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복구와 구조 등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사망자에 대해서도 DNA 긴급 감정 등 신원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도 사고 당일 산업재해수습본부를 꾸리고 사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해당 공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이어서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수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 법은 올해 1월 27일부터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며 아리셀의 상시 근로자 수는 5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신속하고 체계적인 사고 대응과 수습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며 "사고 정황이 파악되면 추후 담당 부서에서 후속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리셀 공장은 소방시설법에 따라 1년에 1차례 이상 소화기, 자동화재탐지설비, 옥내 소화전, 피난유도등 등 소방시설의 이상 여부에 대해 확인하고 소방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소방시설 자체점검 대상이다.

2017년 준공 이후 매년 자체점검을 해왔고, 가장 최근에는 올해 4월 15일 자체점검한 뒤 이상 없다고 소방당국에 통보했다. 올해를 비롯해 최근 3년 자체점검에서 모두 같은 결과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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