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기의 폭로자 어산지 '도망자 오디세이' 막 내린다

미국 정부와 형량합의…모국 호주에서 곧 자유인
언론자유 화신이냐 국가안보 해친 간첩이냐 논쟁 지속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외교 전문과 국방 정보를 빼돌려 폭로해 언론자유 옹호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준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52)의 도피극이 막을 내린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을 통해 어산지 사건을 마무리할 계획을 담은 문건을 법원에 제출했다.

어산지는 이 계획에 따라 미국의 스파이방지법을 위반한 중범죄에 대한 유죄를 시인하고 모국인 호주에서 추가 사법처리를 전혀 받지 않고 자유인이 된다.

미국 검찰은 어산지가 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맞서 법정공방을 벌이며 영국에 수감된 기간을 선고 예정인 5년형을 복역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어산지는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가 2019년 영국 경찰에 체포돼 보안 수준이 높은 구치소에 갇혀있었다.

미국 정부와 어산지의 이번 합의는 미국령 마리아나 제도의 가장 큰 섬인 사이판에 있는 미국 연방법원에서 26일 집행된다.

이번 합의는 어산지의 사법처리를 중단해달라는 호주의 요청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몇 달 만에 구체화했다.

어산지는 미국 육군 정보분석원인 첼시 매닝을 설득해 기밀로 취급되는 외교 전문과 국방 정보를 빼돌려 2010년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한 혐의를 받아왔다.

유출된 정보에는 미군 아파치 헬기가 로이터 통신 기자 2명을 비롯한 11명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살해한 사건 등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자행한 비위가 담겨있었다.

위키리크스는 이번 합의를 환영하면서 "위키리크스는 정부의 부패와 인권 침해에 대한 획기적인 폭로 기사를 발행해 권력자들의 행동에 책임을 물었다. 줄리안은 편집장으로서 이러한 원칙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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