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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 반드시 가야 할 길…"선택 아닌 필수, 지방생존 골든타임"

인구·경제·산업 수도권 쏠림 가속화…지방소멸 존립 자체 위협
단일권역으로 도시 경쟁력 강화…인구 500만 한반도 제2도시 도약
글로벌 도시권 경쟁 격화…1천만명 이상 도시 30여개
대구·구미·포항 산업 연계해 수도권 대응…광역통합교부세 신설 등 지방재정 강화
TK신공항 중심 지역 SOC 구축 확대…대구경북 통합합의안 마련 관건

대구 달서구 두류동 상공에서 바라본 대구 시가지. 매일신문DB
대구 달서구 두류동 상공에서 바라본 대구 시가지. 매일신문DB

'12%가 88%를 삼키는 기울어진 운동장',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 일극 집중 속에 지방이 생존의 갈림길에 서있다.

가속페달을 장착한 수도권의 팽창은 지방소멸을 부추긴다. 수도권 인구는 2019년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선 것을 기점으로 비대화는 심화되고 있고, 100대 기업 본사의 90%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신성장 동력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100억 원 이상 대규모 투자를 받는 수도권 내 스타트업이 93%에 달한다.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지방의 모든 성장을 압도한다.

반면 지금 지방은 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제는 위기를 넘어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것이 오늘날 지방의 현주소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쏠림과 지방소멸 문제를 두고 '대한민국의 두 번째 분단'이 일어나고 있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대구경북(TK)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순응하고 암울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방법밖엔 없는 것일까?

◆왜 지금 통합인가…지방소멸과 수도권 일극체제 동시타파

전문가들은 행정통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이자 '지방생존의 외침'이라 제언한다. 행정통합은 단일권역으로 도시 경쟁력을 강화해 지방자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 경제 성장을 도모해 지역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는 유일한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지난 20년간 역대 정부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공약을 내걸고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오히려 수도권은 비대해지고 지역은 쪼그라들었다. 현재 대구경북 인구는 2022년 500만 명 선이 무너진 이후 빠른 속도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저출생·고령화가 지속되면 30년 뒤인 2050년에는 지금보다 약 100만 명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 인구는 올해 6월 기준 237만 명에서 2030년 220만 명, 2040년 202만 명, 2045년 192만 명, 2050년 181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의 인구 감소 현상은 현실이 예측을 뛰어넘고 있다. 경북 인구 수는 2030년 255만 명, 2040년 244만 명, 2050년 226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6월 기준 이미 254만 명으로 내려앉았다. 지역의 가파른 인구감소는 결국 소멸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소멸의 그림자는 대구와 같은 광역 대도시까지 드리운다. 한국고용정보원 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소멸위험지수(0.609)는 소멸주의단계로, 2018년(0.87)보다 더 악화됐다. 경북의 소멸위험지수(0.374)는 이미 소멸위험지역에 속하고 안동(0.328), 김천(0.350) 등 농어촌 지역뿐만 아니라 도청 소재지와 공공기관이 이전된 혁신도시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인구 감소는 지역내총생산(GRDP) 감소 및 지역경제 규모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수도권 인구 집중도 50%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이례적일 정도로 심각하다. 일본 34%, 프랑스 18%, 독일 7.4% 등으로 이들 국가는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꾸준히 선행하고 있다. 일찍이 광역권 육성을 국가경쟁력 제고 핵심으로 인식, 대도시권 육성과 지역 간 연계·협력 정책을 추진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도시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1950년 2개에 불과했던 인구 1천만명 이상의 도시가 2020년 30개로 증가했다.

◆500만 한반도 제2도시…규제완화 혜택 기대감

TK 행정통합으로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별 고유자원을 활용한 관광·문화가 있는 매력도시를 구현해 주민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게 대구시의 구상이다.

우선 대구와 경북이 합치면 인구 492만 명, 면적 1만9천921㎢의 광역 경제권이 탄생해 이에 걸맞은 위상 확보가 가능해진다. 지역내총생산(GRDP)도 2022년 기준 178조원에 달하는 등 인구와 총생산 모두 비수도권에서 서울 다음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통합 자치단체가 출범하면 이를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 대구와 구미, 포항 등 경북 대표 산업도시와의 연계로 TK 주력산업 성장을 이끌어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6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민(왼쪽부터)행정안전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대구·경북 통합 관계 기관 간담회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민(왼쪽부터)행정안전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대구·경북 통합 관계 기관 간담회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통합 자치단체에는 정부 지원과 규제 완화 등 특단의 대책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대구시가 발굴 중인 '정부권한이양 및 규제완화 과제'를 기반으로 통합 자치단체 밑그림을 살펴보자면 급증될 재정수요 대응을 위한 '광역통합교부세 신설'이 눈에 띈다.

또한 국세인 양도소득세를 지방세로 이양해 지방양도세(가칭) 신설하는 방안이 추진되면 지방 재정 확충을 통한 주민복지 강화와 주민생활 편익증진은 물론 주민 실질 생활권 확대에 따른 지역개발 등 확대되는 행정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통합 자치단체 주민들에 실질적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될 수 있다.

행정체제 개편 시 행정수요 처리가 신속해지고 행정서비스 질이 향상되며 중복 기관 통폐합에 따른 예산 절감도 기대된다. 행정환경은 1995년 7월 민선자치제 출범 이후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 복잡한 행정수요 증가 등으로 변화를 겪어왔지만 행정체제는 30년간 유지됐다. 오래된 행정체제가 주민 불편은 물론 지역경쟁력 저하의 원인 중 하나라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이에 홍준표 대구시장은 "TK행정통합은 지난 100년간 대한민국 근간을 이뤄왔던 시군, 도, 국가 3단계 지방 행정조직을 지방자치단체, 국가 2단계 행정 체재로 앞당기는 지방행정조직 대혁신의 출발이 될 것"이라며 "도(道)의 기능은 시군 지원, 감독인데 전국이 반나절 시대로 접어들었고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진 지금 도를 폐지하고 전국을 통폐합해 40여개 크고 작은 지방자치단체로 만들어 국가와 2단계 행정조직으로 만드는 시범사업이 TK통합특별시 구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통합 자치단체에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권한 범위를 추가 확대하는 방안,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증액하는 방안 등이 실현되면 알짜 기업 유치를 적극 유도할 수 있다. 또한 단일생활권으로 거듭나는 만큼 TK신공항을 중심으로 TK광역철도, 달빛철도 등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대한 당위성도 내세울 수 있다.

아울러 대구와 경북이 통합하면 강력한 권한 확보로 중앙 정부에 대한 협상력과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중앙정부의 대대적인 권한 이양이 이뤄지면 대형 사업 추진도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TK통합 합의안 마련 관건…2026년 7월 출범

TK행정통합은 홍 시장이 올 5월 매일신문사 주최 행사에서 통합 추진을 처음 공식화한 뒤 사흘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내각에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TK통합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달 4일 홍 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의 4자 회동 논의에 따라 대구시와 경북도의 통합 합의안이 마련되면 2차 회동을 열고 추가 논의를 한다.

대구시는 통합방안을 신속하게 만들어 통합특별법안을 9월 말에 발의하고, 10월 시의회 동의 절차를 완료해 연말에는 특별법을 통과시킨다는 구상이다. '2026년 7월 1일 통합 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주민 공감대 형성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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