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20년 만에 다시 논란이 된 것과 관련, 밀양시를 비롯한 기관 및 시민단체 80여 곳이 함께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밀양시는 25일 오후 2시 시청 대강당에서 공동 사과문을 발표했다.
안병구 밀양시장이 대표로 사과문을 낭독하고 밀양시의회와 80여 개 시민단체가 함께 피해자와 그 가족, 상처받은 모든 국민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하며 머리를 숙였다.
최근에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에서 사건 관계자 등의 제보로 20년 전 가해자들의 신상과 개명 후 이름, 근황 등이 공개됐다.
밀양시는 이로 인해 사적 제재 논란이 커지고 피해자 인권이 또다시 침해받을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이번 사과에 나섰다. 비록 오래전 일이지만 지역사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시민 모두가 그 책임에 동참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안 시장은 가장 먼저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올바르게 이끌어야 되는 어른들의 잘못도 크고, 그동안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를 하지 못한 지역사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피해자 지원과 향후 대책에 대해서는 "그 무엇보다 피해자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피해자 회복을 돕기 위한 자발적 성금 모금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 손잡고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밀양시는 오랫동안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각종 정책을 펼쳐왔다. 시내 초·중·고등학생과 일반시민, 공무원, 보육 교직원을 대상으로 11개의 맞춤형 예방 교육을 실시해 성폭력에 적극 대응하고 건전한 가치관을 기르고자 위해 애썼다.
시는 또한 지역공동체와 함께 매년 5차례 이상 성폭력 예방 합동 캠페인을 실시해 안전하고 평화로운 밀양 만들기에 힘써왔다. 피해자 일시보호 지원시설 3곳을 운영해 폭력 피해가 우려되는 가출청소년도 보호하고 있다.
실제 밀양시는 2022년 경찰청 통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성범죄 비율이 전국 85개 시 가운데 74번째로 최하위권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간 모두 70위권 바깥에 머물러 성범죄가 가장 적은 도시에 속했다.
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 약자 존중·배려 및 생활 속 불안 요소 해소를 주된 시정 방향으로 삼아, 지역사회가 함께 반성하고 자정 노력을 기울여 외부에서도 느낄 만큼 실질적인 변화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밀양시 각 기관·단체, 종교계는 이 사건의 아픔을 치유하려 자발적인 지원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지역 내 사찰, 교회, 천주교, 원불교 등 종교단체는 시민 모두가 이번 사건에 대해 참회, 반성하도록 이끌고 피해자의 치유를 돕는 합동 예불과 기도회를 준비하고 있다.
향교, 성균관유도회 등 유림단체도 고유제 개최 및 학교 순회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윤리 의식을 심어줄 계획이다.
밀양시 성폭력·가정폭력 통합상담소는 이달 말까지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성금을 모금해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피해자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안 시장은 "피해자와 가족에게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지역사회의 반성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시민과 국민 여러분께서도 피해자의 조속한 일상 회복과 밀양시의 자정 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 아래는 밀양시, 밀양시의회, 밀양시 시민단체 합동 사과문 전문.
존경하는 밀양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는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20년 전,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충격과 상처를 남겼습니다.
아직 그 상처는 제대로 아물지 못하고
많은 분의 공분과 슬픔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이루 말하지 못할 큰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상처받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의 잘못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올바르게 이끌어야 했음에도
어른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잘못을 반성하고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 책임이 있음에도
나와 우리 가족, 내 친구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도 하지 못했습니다.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이 겪었을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불찰입니다.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 밀양시는 지역사회와 손잡고, 안전한 생활공간을 조성하며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도시의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범죄예방과 안전 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밀양시 성폭력·가정폭력 상담소에서는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자발적 성금 모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크나큰 아픔을 딛고 엄정한 법질서 확립과
성폭력 없는 건강한 도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든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4.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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