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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시 부문 '미틈달'-박찬정

2024 매일 시니어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박찬정
2024 매일 시니어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박찬정

잎샘바람에 봄꽃 파르르 떨고

마른 나무 물 긷는 소리

새잎 돋는 아우성

아궁이 앞 부지깽이도 뛰는 봄날

뒤란 밭 아욱 뜯는 새 며느리

종종걸음 발자국 조차 부산하다.

밭고랑에 엎드린 아낙의 어깨 위로

오뉴월 긴 볕이 쏟아진다

작달비 아니라도

먼지잼 한 줄기 지나가면 좋으련만

엊저녁 노을은 야속하게 붉고

배롱꽃 지면 더위 한풀 꺾인다는데

진분홍 꽃잎은 쉬 지지도 않더라

길어지는 산 그림자 따라

산 아랫도리 마지막 드는 단풍

발 아래 마른 잎 바스라지는 소리

마당가 잔 국화가 가리늦게 피었는데

상강은 벌써 지나고

오늘밤 첫 서리 오려는지.

봉인 뜯긴 세 계절은 가고

볕드는 창가에 기대서서

양손에 감싸 쥔 대추차 한잔이 그립다

돋움발 고개를 빼고 기다리지 않아도

손돌이 바람에

볼 시릴 날 머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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