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1차전지 화재 사고를 계기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리튬 배터리 관련 사고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핵심 부품인 배터리 안전관리 체제 강화가 요구된다.
◆ 에너지 전환의 숙제 '열 폭주' 현상
리튬은 배터리의 주 원료로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긴 수명을 보장한다. 현재 상용화된 대다수의 전자제품에 탑재되고 있다. 전기차, 스마트폰, 노트북은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설비 등에도 리튬 배터리가 사용된다.
문제는 리튬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리튬 배터리가 분리막 결함, 과충전, 외부 충격 등으로 오작동이 발생하면서 온도가 급격히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나의 셀(Cell·배터리 구성 기본단위)에서 시작된 화재가 다른 셀에 옮겨 붙으면서 연쇄적으로 폭발이 발생한다. 전기차에는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까지 배터리 셀이 탑재된다.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대규모 폭발로 이어질 수 있고, 내부에서 열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일반적인 방법으로 진화가 어렵다.
실제 2020년 이후 총 94건의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1건이 '고전압 배터리'가 원인이 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 화재사고에 대한 우려가 전기차 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2차전지 성능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를 비롯한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내부 구성 물질이 모두 고체로 이뤄진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화재 발생 시 폭발 가능성 낮기 때문이다.
◆ 배터리 안전관리 중요성 높아
배터리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가 발생한 장소는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장소다. 제조 과정을 거쳐 완성된 제품을 보관하는 곳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제조사에서 셀을 구입해 모듈·팩을 구성하는 부품사에서도 화재 위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한세경 경북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셀 내부에 양극·음극은 분리돼 있어야 하는데 정상적인 동작 범위를 벗어나 만나게 되는 '내부단락'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수많은 셀 중에 하나만 이상이 생겨도 연쇄적으로 반응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 셀은 겉만 봐서는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 검증하는 기술, 장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교수는 배터리를 제조하는 과정은 물론 전기차에 탑재돼 사용하는 과정, 폐배터리를 배출하는 전 과정에 걸쳐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셀을 납품할 때 충분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만 이후에 이송하고 팩·모듈 등으로 제조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전기차에 탑재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데이터에 기반한 상세한 분석이 사고를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열 폭주= 리튬 배터리 내부에 오작동으로 변화가 발생,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연속적으로 화재 및 폭발이 발생하는 현상. 저장된 에너지가 모두 방출되면 온도가 약 80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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