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엔화 폭락에 고통받는 수출 기업들

엔화 폭락 탓에 수출입 기업뿐 아니라 국내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떨어져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다투는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밀리고, 수입 물가가 올라 국내 물가의 연쇄 상승, 즉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최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천390원대를 오르내린다. 지난 21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천393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외환 당국은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와프 한도 증액을 발표한 뒤에야 가까스로 1천380원대로 끌어내릴 수 있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수입 가격이 오르고, 외채 상환 부담이 커져서 소비자 물가에도 충격을 준다.

외환 시장에서 원화는 대개 엔화와 비슷한 흐름인데, 올 들어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달러·엔 환율은 연초 대비 13%가량 떨어져 160엔을 위협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수입물가지수는 5개월 만에 하락했지만 엔저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 탓에 하반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결국 국내 물가 상승으로 돌아오게 된다. 수출이 회복세이지만 고환율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탓에 내수 회복마저 늦어지는 것이다. 수출 시장의 타격, 특히 철강과 자동차 분야는 심각할 수 있다. 해외 수출품에 들어가는 부품 역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조업 전체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엔저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2030년쯤 달러 대비 엔화가 200엔까지 떨어진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가뜩이나 엔화가 시장에 많이 풀린 상황에서 일본인들은 계속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인다. 일본 정부가 은행에 예치된 국민들의 자산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하고자 대대적인 비과세 정책을 내놨는데, 시중에 쏟아져 나온 자금들 중 60%가량이 미국 주식 투자에 몰렸다. 달러를 더 사들였다는 뜻이다. 일본은 엔화 약세 탓에 5월 수출이 13.5%나 증가했지만 그에 따라 무역적자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적극 개입해 원화 가치 추가 하락을 막지 못하면 우리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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