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께 꿈꾸는 시] 이상규 '소리의 문법'

1978년 현대시학 추천 등단, 8권의 시집과 문학언어비평 책 2권 출간

이상규 시인의
이상규 시인의 '소리의 문법' 관련 이미지.

〈소리의 문법〉

평면은 어떤 가정의 구조물

켜켜이 쌓인 시간의 단층에는

증발해 버린 발자국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을 포개어 만든 역사 또한

완전 허구적인 불화의 퇴적물이다

평면과 시간이 결합하여

연출하는 별빛과 달빛 그림자는

천강지곡 게송의 운률이다

공간과 시간 바깥에서 본

우주의 그림자는 한 방향으로 비친

흔적이 아니라 가운데로 엇갈리게 퍼져 있는 그림자이다

<시작 노트>

나는 불치의 전율하는 그리움으로 시를 쓴다. 시를 잉태하는 시간이 옛날보다 차츰 길어진다. 나이 탓인가? 시에 대한 정신, 영감에 대해 더욱 존경받는 길을 걷고 있다. 사물과 정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언어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자, 노래하는 소리 문법의 주인인 시인으로 살아간다. 시가 온전한 목적을 갖기 위해 시인의 몸은 부존의 존재일 뿐이다. 괜찮은 시 몇 편이 시인을 완성 시켜 주진 않는다. 시와 시인의 완성도는 별개의 차원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