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어둑해지자 밖으로 기어 나온 우렁이는
물의 중심 그 두려움을 안다는 것이지
등에 짊어진 집과 산 그림자의 연결을 시도하다가
맥없이 쓰러지는 물풀
너의 목소리에 일일이 답해보는 건
뻐끔거리는 물과의 대화
지문 닳아가며 공들여 뜨던 나만의 스웨터가
투망처럼 던져지고 있다
<시작 노트>
물이 일렁이면 가로등도 일렁이는 것처럼 뇌 속 기억 창고가 만수로 위태롭다. 고향 청송 진보를 떠나와 대구에서 살기까지 달의 분화구에 수도 없이 나를 가두었다. 살아온 이야기에 달의 바짓단은 젖고 지구촌 어디를 가든지 거침없던 춤사위, 늘 미묘한 생각에 흔들리며 살았다. 한때 내 꿈은 만화방 할머니였다가 밤의 창가 어긋난 사랑에 중독되기도 했다는 헷갈리는 춤꾼 이야기에 홀쭉하게 울다가 탱탱하게 웃다가 달의 뒷면은 비밀의 바닥까지 드러내고 말았다. 쓸쓸한 소리가 흘러나오는 물의 결에 퐁당, 던져진 돌이 남긴 파문의 둘레를 본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는 뇌 속에서 깜짝 놀란 해마에 이식되고 있다. 실존하는 저수지와 끊임없이 비워졌다 채워지는 의식 속 저수지와 내 몸이기도 한 저수지는 어느 순간 누군가의 필요를 기다리며,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깊이로 가두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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