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장독〉
끓어오릅니다 속이
하늘 땅 오가는 수천 년
내 속에 있는가 봅니다
시꺼멓게 앉아 있는가 봅니다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땅에도 숨지 못하고
바보처럼 우두커니
한통속에서
하늘과 땅,
저 세상과 이 세상을 삭이느라
땅을 끌어안고
하늘을 바라보며
지금 묵언 수행 중입니다

<시작 노트>
끝이 났다고 끝이 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가만히 있다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땡볕에서 장독은 치열한 수행을 하는 중이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숨을 쉬면서, 땅을 지탱하여 중심을 잡고 하늘을 바라보는 심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우리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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