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둘레돌 없는 돌무지덧널무덤’ 경주서 확인…국내 첫 사례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무덤 조사 성과 27일 공개

경북 경주 쪽샘유적 지구에서 둘레돌이 없는 돌무지덧널무덤 2기가 발견됐다. 아래쪽이 J171호분이다. 국가유산청 제공
경북 경주 쪽샘유적 지구에서 둘레돌이 없는 돌무지덧널무덤 2기가 발견됐다. 아래쪽이 J171호분이다. 국가유산청 제공

4~6세기 신라 왕족과 귀족 무덤이 모여 있는 경주 쪽샘지구 유적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적이 없는 둘레돌(호석·護石) 없는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이 확인됐다. 당대 장례 문화나 무덤 구조를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경북 경주 쪽샘지구 유적에서 둘레돌이 없는 돌무지덧널무덤 2기를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돌무지덧널무덤은 나무로 곽을 짠 뒤 주위에 돌을 쌓고 흙을 덮은 무덤 형태로, 황남대총·천마총·금관총 등 경주에 남아있는 주요 고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라 문화권에서 확인할 수 있는 독특한 무덤 구조이자 대표적인 형태로 여겨진다.

이번에 확인된 무덤은 쪽샘 유적 내 14개 지구 중 하나인 J지구에서 발견됐으며, 남쪽과 북쪽에 나란히 무덤을 조성한 형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남쪽에 먼저 만든 무덤(J171호)은 무덤 주인과 껴묻거리를 하나의 덧널 안에 넣는 단곽식(單槨式), 북쪽 무덤(J172호)은 이를 분리한 주·부곽식(主·副槨式) 형태다. 이들 무덤에서는 가장자리에 돌을 쌓아 무덤 영역을 표시하거나 봉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둘레돌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유형의 무덤이라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둘레돌은 신라 돌무지덧널무덤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보통 둘레돌 주변에서는 제사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 등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과거 장례 문화와 의례를 엿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소 관계자는 "황남대총과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나 둘레돌이 없다는 점에서 신라 돌무지덧널무덤의 정의가 달라질 수 있는 의미 있는 발견"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선 이 일대 고분군에서 처음 확인되는 유물도 다수 출토됐다.

꽃잎 모양을 반복적으로 새긴 뚜껑, 다리에 세 줄로 구멍을 뚫은(삼단투창) 굽다리접시 등이 대표적이다. 말안장, 발걸이, 띠드리개, 띠꾸미개 등 말에 장착했던 각종 도구를 일컫는 '말갖춤'을 큰 항아리 위에 놓아둔 듯한 모습도 확인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특히, 말에 사용된 가죽끈을 서로 연결해 장식하는 띠꾸미개는 출토된 사례가 거의 없는 희귀한 사례"라며 "고대 신분을 과시하는 물건 중 하나인 말갖춤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27일 오전 10시 이 같은 조사 성과와 출토된 유물을 공개하는 현장설명회를 연다.

별도 신청 절차 없이 관심 있는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054-622-1715)로 문의하면 된다.

연구소는 2007년부터 쪽샘지구 유적을 조사하고 있다. 이 일대엔 신라 왕족과 귀족의 무덤 등 1천300기 이상의 무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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