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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충전 시간은 고작 '1시간 37분'… 대구로페이, 충전부터 노년층 소외

자정 15분 지나면 모바일앱 충전 시작… 은행 문 열면 한도 대부분 소진
예산 분리·한도 변경 대안 있으나 대구시 "개선 어려운 상황"

대구로페이 앱 화면과 실물 카드. 매일신문 DB
대구로페이 앱 화면과 실물 카드. 매일신문 DB

'대구로페이' 충전을 위해 은행을 방문하는 노인들이 헛걸음을 하고 있다. 선착순으로 제공되는 할인 충전분이 조기 소진, 은행이 열기도 전에 바닥나는 탓이다. 모바일 앱 사용이 서투른 노년층을 감안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대구도시철도 반월당역 지하상가에서 만난 최모(75) 씨는 "5월 초에 아침 일찍부터 현금을 들고 은행에 찾아갔는데, 대구로페이 할인 충전한도가 소진된 상태였다. 병원비를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면 대구로페이 카드를 이용해야 하는데, 앱을 사용할 줄 몰라서 충전을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 했다.

대구로페이는 지난해 7월부터 앱을 이용한 충전식 선불카드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역사랑상품권이다. 매월 첫 평일 오전 0시 15분부터 310억원 상당의 대구로페이가 발행되며, 발행 한도 내에서 선착순으로 7%의 할인된 가격으로 충전할 수 있다. 대구로페이로 대구로 앱 내에서 결제 시 즉시 5%의 추가 할인 혜택까지 누릴 수 있기도 하다. 월 충전 한도는 30만원, 최대 보유한도는 40만원이다.

앱 결제 시스템에 친숙하지 않은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대구로페이 실물 카드를 제공해 접근성도 높였다. 실물카드 발급의 취지에 맞게, 카드 소지자는 아이엠뱅크(구 대구은행) 가맹점에 찾아가 충전을 할 수 있다.

대구로페이 할인충전 한도 조기소진으로
대구로페이 할인충전 한도 조기소진으로 '충전불가' 안내가 붙은 모습. 정두나 기자

문제는 모바일 앱 이용과 ATM 등 기계 조작에 미숙한 노인은 은행이 문을 여는 9시 이후에야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도가 풀리는 시점은 전날 자정쯤이라 방문 충전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충전을 하러 은행을 찾았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고물가 속 대구로페이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소진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도 걱정을 키우고 있다. 5월은 발행 당일 오후 1시 44분에, 6월은 당일 오전 10시 37분에 할인혜택이 끝났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충전분을 분리하거나, 충전한도를 낮춰 수혜자를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대구시는 둘다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사업을 대행하는 iM뱅크 측에서 '현행 시스템 상 온·오프라인 충전의 시작 시각과 날짜를 달리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며 "지난 2월 인당 충전 한도를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축소했을 때 상당한 민원이 발생해 추가 축소 역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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