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112신고처리법 시행, 국민 안전 강화

이달향 경북경찰청 112관리팀장

이달향 경북경찰청 112관리팀장(경정)
이달향 경북경찰청 112관리팀장(경정)

최근 어느 날 오후 10시 45분, 한 빌라에서 "옆집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것 같다. 여자가 계속 울고 있다"는 가정폭력 의심 112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벨을 눌러 보고 현관문도 두드려 보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다.

신고자에게 재차 확인하자 "옆집이 자주 다투고, 오늘은 유독 심하게 다투는 소리가 났다. 그런데 신고를 하고 잠시 후 갑자기 조용해졌다"고 한다.

내부에 불은 켜져 있는데 현관문에 바짝 붙어 귀를 기울여도 인기척은 없다. 그러자 출동 경찰관은 발길을 돌린다. 경찰관의 이러한 112신고 처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범죄 가능성이 있음에도 강제로 진입할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없어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더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12는 1957년 도입 이래 연간 2천만 건의 신고를 받으며 범죄와 재해·재난 등 긴급 상황의 '국민 비상벨'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다. 그간 112경찰 활동은 법이 아닌 경찰청 행정규칙(예규)을 통해 이뤄져, 위 사례와 같이 현장 경찰관들의 적극적인 대응과 피해자 보호에 제약이 적지 않았다.

다행히 이런 한계를 해결해 줄 '112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이하 112신고처리법)이 7월 3일부터 시행된다.

'112신고처리법'에 따라 경찰은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급박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위해를 막거나 피해자를 구조하러 강제 진입할 수 있게 됐다.

긴급 출입과 함께 타인의 건물과 토지, 기타 물건의 일시 사용·제한·처분까지 가능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경찰관의 조치를 거부·방해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앞으로 주거지 등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사회적 약자 사건을 처리할 때 경찰이 신속하게 범죄를 예방·진압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도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112신고처리법은 신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재난·재해·범죄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 사람의 생명·신체를 위험하게 할 때 현장에서 '피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과태료 규정을 둬 실효성도 확보됐다.

이는 '소방·해경 등 관계기관 간 공동 대응·협력' 규정과 함께 호우·태풍 등 재난 발생 시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할 실효적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현행법상 거짓·장난 신고는 사안과 정도에 따라 형법의 공무집행방해죄나 경범죄처벌법의 '거짓 신고'를 통해 처벌해 왔으나, 두 규정의 형량 차이가 커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규정도 마련됐다.

연간 5천여 건에 달하는 거짓 신고로 경찰력이 낭비돼 전체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반드시 끊고자 하는 취지이다.

'112신고처리법'의 제정·시행은 당당한 법 집행의 기반을 갈망하던 경찰의 오랜 숙원의 실현이기도 하지만, 긴급 조치·피난 명령 등 적극적인 경찰 활동과 바람직한 112신고 문화 정착을 통해 전체 국민의 안전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

7월 3일은 15만 경찰 가족이 '112신고처리법' 시행을 계기로 국민 일상을 더욱 안전하게 지켜 드릴 수 있게 다짐하는 날이다.

365일 24시간 깨어 있는 경찰이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위해 여러분과 함께한다는 약속을 드리며, 국민들께서도 안전을 위한 경찰력이 누수되지 않도록 바람직한 112신고 문화 정착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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