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국민의힘 당권주자 출마한 원희룡, "집권여당인데…다 망하겠다 싶어 결단"

"어대한? 야구로 치면 이제 1회 초. 우승팀은 시즌 끝나야 알 것"
"한동훈, 채상병 특검법? 민주당에 놀아나는 결과 초래할까 매우 우려"
"윤 대통령과 상호 존중하고 신뢰하는 사이, 소통에 아무런 문제 없어"
"국민의힘, 지금 더하기 정치가 아니고 뺄셈 정치 하고 있어"

국민의힘 당권 도전에 나선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6일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국민의힘 당권 도전에 나선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6일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쟁 구도가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4파전'으로 확정되면서 후보들 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7·23 전당대회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각 후보들은 최대 승부처인 대구경북(TK) 민심을 잡기 위해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26일 대구를 방문한 원희룡 후보를 매일신문사 본사에서 만나 전당대회 출마 각오와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 출마 유력 명단에 이름이 오르지 않았었다. 갑작스러운 출마인가? 준비된 출마인가?

▶지난 4월 총선에서, 당의 험지 출마 요청에 가장 먼저 응했다. 인천 계양에서 이재명 대표하고 맞대결했는데 아쉽게도 지고 말았다. 그때 에너지를 소진해 당분간 쉬려고 했다. 그런데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거대 야당이 폭주하고, 탄핵까지 너도나도 입에 올리는 상황이 왔다. 오랫동안 뜻을 함께한 동료들이 "당을 이 상태로 둬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나, 책임을 다하라"고 했다. 집권 여당인데 구심점도 없고, 집안싸움이 번지면 정말 다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단을 내렸다.

- 지난 4월 총선 패배가 용산의 책임이라고 하는 쪽도 있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실책이라고 하는 쪽도 있다. 가장 큰 패인은 한동훈이라는 경험 없는 지휘관의 역량 부족이었다고 생각하나?

▶먼저, 당의 중진으로서 나부터 반성한다. 당과 정부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당정 모두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대통령 탓만 하는 것도, 지휘관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것도 모두 국민께 낯부끄러운 일이다. 이러다가 다 죽는다. 마지막 기회다.

-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출마 선언을 전후해 여러 사람을 만나봤을 텐데, 어대한은 정설인가? 낭설인가?

▶언론에서는 그렇게 얘기하는데 피부로 느끼는 민심은 다르다. 야구로 치면 이제 1회 초다. 우승팀은 시즌이 끝나봐야 알지 않겠나.

-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만들자고 했다. 인기 전술이라고 생각하나?

▶더불어민주당의 무분별한 특검 공세가 이어지는데, 그 숨겨진 의도가 결국은 탄핵이라는 것을 다들 알지 않나. 그것도 '이재명 방탄을 위한 탄핵'이다. 민주당의 수령을 지키겠다고, 국가를 수렁으로 밀어 넣는 위험천만하고 무도한 행태다. 한 전 위원장의 특검법 언급이 인기 전술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결국은 민주당에 놀아나는 결과를 초래할까 매우 우려된다.

- 4명의 후보 중 단연 '친윤 후보'로 지목된다. 맞다고 생각하나? 한동훈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나?

▶친윤이니 반윤이니 하는 것 자체가 '편가르기'이다. 여당의 대표라면 오로지 국정의 성공만 생각해야 한다. 나는 이 정부의 국정과제를 만든 사람이고, 부처 중에서도 인프라를 책임지는 국토부 장관을 했던 사람이다. 그 경험으로 국정 성과를 내고 신뢰와 소통으로 당정관계를 조율할 것이다. 당 대표 후보가 대통령과 통화를 한다는 내용 자체가 뉴스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 나는 대통령과 '친소관계'로 맺어진 사이가 아니라 대선 경선 과정에서 경쟁하며 만난 사이다. 대선 과정에서는 무도한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었고, 윤 대통령의 당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상호 존중하고 신뢰하는 사이인 만큼 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대통령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

- 3선 의원에다 제주도지사, 최고위원 그리고 사무총장도 해봤다. 경력이 화려한데 이제 당 대표가 되려는 '원희룡'의 가장 강한 무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양한 경험이 있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그러한 자세와 능력이 있다. 정치라는 것도 사실은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특히 집권 여당의 대표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당정 간 협의를 이끌 능력이 필요하다. 사람 사이가 그렇듯이 당정 간에도 늘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저는 지난 25년간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단련돼 있다.

- 총선 참패 이후 당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 여당의 가장 큰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약점 치유를 위한 처방전도 준비해뒀나?

▶국민의 힘은 지금 더하기 정치가 아니고 뺄셈 정치를 하고 있다. 우리가 만든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나 남았는데, 집권당 대표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대통령과 싸우겠다고 달려드는 상황이다. 싸워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 지지율이 낮다고 대통령과 거리 두고 싸우려는 뺄셈 정치가 아니라, 국정운영에 무한 공동 책임을 지는 자세로, 더하기 정치로 나아가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야 한다. 저는 '신뢰에 기반한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 당정 간 치열한 토론을 거쳐 대통령을 설득하고,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 당정이 '원팀'으로 민심을 받드는 데 앞장서겠다.

- 야당이 거칠게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너무 무기력하다는 질타도 많다. 원내 경험도 많은데 당 대표가 되면 야권의 폭주에 대한 대응 기조는 무엇인가?

▶오면 오는 대로, 부딪히면 부딪히는 대로 맞설 것이다. 민생을 위한 협치는 하되, 무릎 꿇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지금 의석 수를 무기로 민주당의 '수령' 한 사람을 지키겠다고 국가를 수렁으로 밀어넣는 폭주를 자행하고 있다. 특검 공세는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가서 이재명 대표가 실형을 받기 전에 끌어내리고, 그 여세를 몰아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동지들이 '원팀'이 되어 한마음 한 뜻으로 대응해야 한다. 적전 분열은 공멸을 불러올 뿐이다.

국민의힘 당권 도전에 나선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6일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국민의힘 당권 도전에 나선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6일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 당원 비율도 높고 투표 참여율도 높은 곳이 TK이다. TK에 바짝 다가갈 수 있는 원 후보의 카드는 무엇인가?

▶대구는 대한민국 산업화를 선도한 지역이자, 우리 당의 본류다. 지금 대한민국과 국민의힘이 위기에 처해있다. 그 해법을 구하기 위해 다시 대구를 찾았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선도해 온 대구가 다시 한 번 제2의 경제도약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TK신공항, TK 통합 성공에 최선을 다하겠다. 또, 무엇보다도 대구경북이 만든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고 정권 재창출을 해내는 것이 대구경북에 계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원희룡 후보 약력 △1964년 제주 서귀포 출생 △제주제일고 △서울대 공법학과 △사법시험 34회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제16·17·18대 국회의원(서울 양천갑) △한나라당 사무총장·최고위원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제37·38대 제주도지사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 △국토교통부 장관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