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디지털 이미지로 재탄생한 전통 산수화…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이이남 초대전

‘형상 밖으로 벗어나 존재의 중심에 서다’
보이는 것 너머 본질 탐구…8월 12일까지

이이남 작가 초대전 전경.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제공
이이남 작가 초대전 전경.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제공
이이남 작가 초대전 전경.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제공
이이남 작가 초대전 전경.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제공

인공지능(AI)이 주변의 모든 분야를 빠르게 잠식하는 시대, 우리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이미지들에 과연 온전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

한국을 대표하는 뉴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작업은 이같은 실체적 존재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AI가 실제보다 더 사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광경을 목도하며 '보이는 것'은 과연 믿음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그것을 통해 전해지는 감각과 감정은 의미가 있는 것인지 연구해왔다.

대구보건대학교 인당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이이남 작가 초대전은 보이는 것 너머에 숨겨진 본질을 탐구함으로써 비로소 실체에 다가서고자 하는 그의 생각이 투영된 전시다.

너무 가까이 있을 때보다, 약간의 거리를 둘 때 보여지는 것이 있기 마련. 그는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한 실체적 접근을 다시 시도하고, 보이지 않았던 세계에 집중하기 위해 대상과 적절한 거리 두기를 시도했다.

이러한 태도는 사실 일찍이 동양 미학에서도 시도된 바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인 '형상 밖으로 벗어나 존재의 중심에 서다'는 당나라 시인 사공도가 좋은 시가 갖는 24가지의 품격의 기준을 삼고자 만든 '이십사시품' 중 웅혼(雄渾)의 한 구절이다. 이 이십사시품의 영향을 받은 진경산수화, 남종화 등이 이번 전시작들의 소재가 된 이유다.

그는 "동양의 산수화에는 풍경을 찍어내듯 옮기는 것이 아닌, 바라보는 대상과 자신과의 관계만을 표현하고 나머지는 여백으로 생략해 감흥을 온전히 전달한다"며 "여백의 공간을 통해 더욱 몰입하게 되고, 보이지 않는 차원으로까지 시야가 확장되는 경험을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전시 전경. 이연정 기자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전시 전경. 이연정 기자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전시 전경. 이연정 기자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전시 전경. 이연정 기자

작가는 전통 산수화 이미지들을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 작품 1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장 로비에 펼쳐진 '8폭 묵죽도'는 조선시대 묵죽도 속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잎, 눈 쌓인 설경을 디지털 이미지화해 동양화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LED 병풍 작품 '흩어진 산수'는 그의 작품세계를 학습한 AI가 중국 회화부터 조선시대 진경산수화, 남종화를 융합하고 해체하는 모습을 담았다.

무한 경쟁의 사회에서 소모돼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한 '일하는 박연폭포', 열매 실(實) 자가 끊임없이 가루가 돼 흩어지는 '분열하는 인류 2' 등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5전시장에 마련된 작품은 한국화 족자에 갇혔던 전통 산수가 레이저 빛을 만나 새로운 현대미술로 재탄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스모그 안개로 자욱한 공간에 빔 프로젝터로부터 나오는 빛이 일렁이는 산수를 만들어내고, 관람객들은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공간과 하나가 되는 듯한 경험을 한다.

작가는 "보이는 모든 것은 잠깐이며 변화한다. 반면 본질은 변하지 않고, 이미지의 이면에 숨겨져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나를 둘러싼 형상과의 거리 두기를 통해 보이지 않는 영원성과 본질에 대한 내용을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2일까지 이어지며 일요일은 휴관한다. 053-320-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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