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개딸(개혁의 딸) 직접 민주주의'가 현실이 되고 있다. 당수 이재명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8·18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의원에 대거 지원하는 등 정치적 입지 확보에 직접 나선 것이다. 당내 견제음이 묻힐 거라는 경보등이 줄곧 켜졌지만 최고위원직을 노리는 속칭 주류 국회의원들부터 귓등으로 흘리고 있다. 민주당의 현주소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주 마감된 대의원 모집 흥행은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지역별 지원자 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는 5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대의원의 한 표는 권리당원 20표의 가치와 같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권리당원에 머물던 개딸의 영역이 대의원으로 확장되는 것으로 풀이한다. 순수한 흥행 돌풍이라 보기 어려운, '조직적 힘이 개입된 이재명 체제 공고화'에 가깝다는 것이다.
가치와 비전을 내세우는 당내 경쟁자는 전무하다. 사실상 경쟁자가 없다. 민주당 대표로 연임한 경우는 새천년민주당 시절인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했다. 심지어 김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에 이 대표를 빗대는 억지 비유에도 스스럼없다. 정진욱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 이처럼 독재 권력의 핍박과 공격을 당한 정치인은 없다"고 했다. 강민구 최고위원이 "민주당의 아버지"라 말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재명 사당화를 넘어 영웅화로 치닫는 분위기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로 추앙받으며 이미 절대 존엄이 됐다"고 비꼬았다. 일극 체제 경보음도 더 이상 울리지 않을 거란 지적이다.
다양성을 포용하고 야성을 대변하던 전통의 민주당은 변색돼 찾아볼 수 없다.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내 온건하고 합리적인 의견 발의가 움츠러든다는 점도 대단히 우려스럽다. 이미 개딸의 폭력적 압박을 겪은 일부가 익명으로 의견을 개진할 뿐이다. 건전한 비판에도 떼로 덤벼들어 린치를 가하니 건강한 논의의 장이 설 리 없다. 이런 당내 민주주의 질식 상태가 계속되면 종국에는 '이재명의 민주당'은 무오류라는 도그마에 빠지게 될 것은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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