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사에는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대형 정치 신인의 등장이 적지 않았다. 정치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자마자 거의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고, 일거수일투족이 국민의 관심과 더불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찌 보면, 대형 정치 신인이 '별의 순간'(대통령 당선)을 잡은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오로지 검찰에만 몸담고 있다가 문재인 전 정권에 맞서며 단숨에 야당의 대선주자가 되어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첫 선출직이 단체장도 국회의원도 아닌 바로 대통령이었던 것.
검사 시절, 윤 대통령과 호형호제(呼兄呼弟, 형-동생)할 정도로 찰떡궁합을 자랑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다음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의 선봉장을 자처하면서, 정치판에서 열심히 헤엄을 치고 있다. 하지만 삐끗하면 익사(정치 생명 끝)할 수도 있다.
4월 총선에서 쓰디쓴 패배를 맛본 한 전 위원장은 다음 달 말에 열리는 전당대회에 당 대표가 된 후에 2027년 대선에서 이 나라의 행정 수반이자 국군 통수권자가 되고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한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한 후에 3개월 정도 2선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내 더 큰 꿈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당권을 장악한 후에 3년 후 대권까지 손아귀에 넣겠다는 당찬 포부를 슬며시 내비치고 있다. 현재 4파전(원희룡-나경원-윤상현-한동훈) 구도 속에 여론조사에서는 50% 안팎의 지지율로 단연 1위를 내달리고 있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이 '별의 순간'까지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지는 않다. 당장 호형호제했던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둘 사이에는 별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권력이란 부자간에도 나눠 갖지 않는 속성이 있다.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과 친윤 세력들이 앞장서서 '밉상 한동훈'(대통령을 넘어서려 하는 태도)으로 낙인 찍으려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당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과 박빙의 승부를 겨룬 홍준표 대구시장은 총선 이후 연일 십자포화 발언(총선 말아먹은 애 등)을 쏟아내고 있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선 다른 후보 3명의 '한동훈만 집중적으로 때리기' 역시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당내 강성 보수세력 역시 한 전 위원장의 정체성을 의심하며, 황교안 전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처럼 중도 확장을 명분삼아 좌파 세력들에 이용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동영-반기문-안철수 등 용두사미(龍頭蛇尾) 케이스 많아
대형 정치 신인이 대선을 앞둔 여론조사에서 1,2위로 치고 나간 케이스는 적지 않다. 기존 정치인의 식상함과는 달리 신선함으로 국민적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새 정치의 깃발을 꽃았지만 결국은 별(대통령) 바라기에 그쳤다.
정동영 의원은 DJ가 발탁한 언론인(MBC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으로 초선부터 승승장구해 대선 후보가 됐지만, 2007년 말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500만 표 이상의 격차로 낙마하고 말았다. 그 후로는 대선주자로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경우에도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반짝 샛별처럼 등장해, 전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듯 했으나, 불과 몇 개월만에 정치판의 진흙탕 싸움에 진절머리를 느끼고 스스로 낙마하고 말았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이자 기업가 출신의 유명 인사로 국민적 사랑을 받다, 과감하게 정치에 몸을 던졌다. 새 정치를 지향하며, 신당을 창당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지만 중요한 고비 때마다 중량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여당와 야당을 오가는 철새 정치인의 이미지마저 덧씌워졌다.
한 전 위원장도 이번 당 대표 선거가 큰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낙마할 경우 대선까지 바라보지도 못하고 정치 생명이 꺾일 수도 있다. 특히 자신을 키워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윤 대통령을 넘어서려는 태도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덕장(德將)에 가깝다면, 한 전 위원장은 지장(智將) 쪽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머리만 뜨겁고, 가슴은 차가운 스타일로 자칫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을 수도 있다. 한 때의 뜨거운 국민적 관심과 사랑도 식는 것은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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