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주 돌아온 '자유의몸' 어산지, 잠행·휴식…바이든엔 사면요청

"회복하고 자유 적응 시간 필요"…호주 야당 "부당한 구금 아니며 영웅 환영 안돼"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 AFP=연합뉴스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 AFP=연합뉴스

14년간 도피와 복역 생활을 끝내고 고향 호주로 돌아온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52)가 당분간 대중 앞에 나서기보다는 가족과 휴식을 취할 예정이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는 사면을 요청하기로 했다.

어산지의 아내이자 변호사인 스텔라 어산지는 27일(현지시간) 호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산지가 무엇을 할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사생활을 보호해 달라며 "그에게는 회복하고 자유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텔라는 "그는 매일 바다에서 수영하고 진짜 침대에서 잠자고, 진짜 음식을 맛볼 계획"이라며 "그는 자유를 즐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어산지와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며 "그래서 우리는 사생활과 공간,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부는 어산지가 주영국 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물 때 처음 만났고 2022년 어산지가 벨마쉬 교도소에 있을 때 결혼했다.

어산지는 전날 저녁 호주 캔버라에 도착했지만, 그날 캔버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스텔라와 그의 변호인단만 참석했다.

스텔라는 또 언론 자유를 위해 그가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텔라는 "뉴스 수집과 출판을 범죄로 규정하고 유죄 판결을 내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모든 언론이 그 위험성을 깨닫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의 변호인단도 어산지가 자유의 몸이 됐지만 이 과정에서 그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언론 자유에 어두운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어산지와 그의 변호인단은 어산지의 폭로가 미국의 전쟁 범죄 혐의를 밝히는 공익을 위한 저널리즘 행위이며, 어산지가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호주 야당은 어산지의 석방은 축하할 일이지만 그가 영웅으로 환영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자유당 제임스 패터슨 상원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 문제가 오랫동안 이어진 이유는 그가 합법적인 범죄인 인도 요청을 회피했기 때문"이라며 "심각한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에게 이렇게 관대한 태도를 보인 것은 미국의 공로"라고 주장했다.

자유당 상원 원내대표인 사이먼 버밍엄 의원도 "어산지는 청레이처럼 부당하게 구금된 것이 아니라 공정한 사법 시스템을 갖춘 국가에서 사법 심판을 받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라며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어산지를 만날 필요가 없으며 이번 사건이 미국과 호주의 관계를 긴장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산지는 미국 육군 정보분석원인 첼시 매닝을 설득해 기밀로 취급되는 외교 전문과 국방 정보를 빼돌려 2010년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한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됐다.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 등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 2019년 영국 당국에 체포돼 미국 송환을 놓고 법정 다툼을 이어왔다.

결국 그는 미국 법무부와 형량 합의를 맺었고, 전날 미국령 사이판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한 뒤 영국에서 수감 기간으로 복역을 인정받아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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