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가 내년 11월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최근 확정되면서 경주 전역이 축제 분위기다. 시민들은 APEC 개최가 경주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경주는 그간의 역사관광도시란 이미지에서 벗어나 원전산업 중심의 과학산업도시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지난해 3월 SMR(소형모듈원자로) 국가산단 최종 후보지로 확정된 게 대표적이다. 2030년까지 경주 문무대왕면 일원엔 세계 원전시장을 공략할 150만㎡ 규모 SMR 국가산단이 들어선다. 이곳을 국가 차원의 차세대 원자력 연구개발과 수출을 위한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곳 인근 경주 감포읍 대본리 일원에선 국내 최대 원자력 연구단지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로 이름 지은 이곳의 핵심 역할은 SMR과 같은 원전 혁신기술 개발로, 2025년 완공이 목표다.
그밖에도 경주엔 월성원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중저준위방폐장이 있다. 여기에다 중수로 원전 해체기술 실증을 위한 중수로해체기술원이 2026년 양남면 나산리에 들어서면 경주는 원전의 설계-건설-운영-해체-처분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사이클을 보유하게 된다.
경주시는 APEC 정상회의를 통해 이 같은 과학산업도시 이미지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동시에 경주가 지닌 역사문화 자원을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경제효과 1조4천억원 추산
APE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이 경제 협력과 번영을 목표로 만든 협의체다. 2021년 기준 세계 인구의 40%, 교역량은 50%, GDP는 59%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다.
APEC 정상회의는 이들 21개국 정상이 모여 경제·통상·외교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정부 간 국제회의다.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한국 포함 12개국 각료회의로 출범한 이후 1993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상회의로 격상돼 같은 해 첫 정상회의가 시애틀에서 열렸다. 한국에선 2005년 부산에서 제13차 정상회의가 열린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2025년 정상회의엔 각 회원국 정상과 관료, 기업인, 언론인 등 해외에서만 6천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점은 APEC 정상회의 기간은 일주일이지만 실제로는 개최국에서 1년 내내 회의가 열린다는 것이다. 앞선 사례를 보면 개최국에선 고위관리회의와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 등 크고 작은 사전회의가 정상회의에 앞서 1년 동안 200여건이 열렸다.
그런 만큼 경제적 파급 효과 또한 상당하다. 경제효과는 1조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경북연구원은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리는데 대한 효과 분석을 통해 9천720억원 규모의 생산 유발 효과와 4천654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7천908명 규모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최고 입지 품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시에 따르면 2023 APEC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핵심 회의장인 모스콘센터를 중심으로 반경 3㎞ 이내 숙박시설이 있었다.
경주엔 주 회의장이 될 경주화백컨벤션센터 반경 3㎞ 이내에 5성급 호텔과 대규모 리조트 등 103곳, 4천463개 객실이 있다. 이는 2005 부산 APEC 정상회의 기준, 수요 대비 157% 수준이다. 또, 반경 10㎞ 이내엔 1천333곳, 1만3천254개 객실이 있다. 이는 경제사절단과 미디어 관계자 등 수요 대비 280% 수준에 달한다.
특히 주 회의장 주변으로 정상용 5성급 호텔·스위트룸 등 10곳, 223개 객실을 갖추고 있어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게 경주시 측 설명이다.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시 소요된 회의장 및 기능실 사용면적(2만6천185㎡)과 비교해도 2만8천199㎡로 충분한 회의공간을 갖추고 있고 행사장인 보문단지 내 3분 거리 안에는 모든 시설이 집적돼 있어 회의 진행과 정상 경호를 위해 최적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1시간 이내 거리에 김해국제공항, 대구국제공항, 포항경주공항, 울산공항 4곳을 활용할 수 있고, 이 가운데 울산공항을 뺀 나머지 3곳이 군사공항인 덕분에 혼잡한 민간공항에 비해 통제와 관리가 용이하다. 이 덕분에 경주는 G20 재무 장관회의, APEC 교육 장관회의, 세계물포럼 등 다양한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도 갖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그밖에도 경주의 원전 산업을 포함해 한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포항의 철강‧2차전지, 울산 자동차·조선, 구미 반도체·방산, 대구 ICT(정보통신)·의료, 부산 물류·금융, 경남 항공우주 분야 등 인근 지역의 우수한 사업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낙영 시장 "역대 가장 성공적 행사 만들겠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역대 가장 성공적인 정상회의'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달 23일 APEC 정상회의 준비지원단 구성 등을 위해 긴급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주는 이미 1천500년 전에 시안(西安)·로마·이스탄불과 함께 세계 4대 도시에 들었는데도 그동안 산업 발전에 부응하지 못해 작은 도시로 전락해 안타까움이 많았다"며 "경주를 한류와 함께 세계만방에 홍보해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만들자"고 강조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조만간 APEC 준비지원단을 구성해 지원 분야별 세부 실행계획 수립한 뒤 숙소 리모델링 사업과 경주 일원 환경 정비 사업 등 본격적인 개최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모든 역량을 모아 역대 가장 성공적인 APEC 정상회의가 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APEC 유치전에서 보여줬듯 경주가 지방 중소도시라는 열세를 극복하고 세계 속 국제도시로 도약하는 절호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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