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대 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용사, 금감원 정책 역행하며 부동산 알박기 행위 벌여

부동산 PF 우선수익권자 채권회수 방해하며 시장교란 행위 저지르고 피해 키워

금융당국이 부실 부동산 PF 사업장의 신속 정리를 권장하고 있지만 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영사가 이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열린
금융당국이 부실 부동산 PF 사업장의 신속 정리를 권장하고 있지만 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영사가 이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내 5대 금융지주 계열의 자산운용사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권장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공매 방해를 비롯해 알박기 행태를 보이며 시장교란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한 곳의 계열사인 A자산운용사는 서울 모 부지 사업 시행을 맡은 B기업과 결탁해 채권자들의 채권회수를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B기업은 서울 용산구에서 오피스 신축 사업 시행을 위해 특정 부지를 취득하고 다수 기업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부터 수천억원의 대출을 받고 대출약정 및 부동산담보신탁계약서에 따라 SPC를 우선수익권자로 지정한 바 있다.

B기업은 대출약정에 명시된 대로 SPC에 매월 일정액의 이자를 지급해야 했지만, 2023년 10월부터 약속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고 대출 연장도 하지 못했다. 이후 대출 만기일이 도래했지만 B기업은 대출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았다. 결국 SPC는 B기업에 사업 부지의 공매 절차 진행을 요청했다. 이후 B기업은 공매 절차를 진행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듯 보이지만 문제는 공매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B기업은 사업부지 한 가운데 존재했던 국유지 매입계약을 체결만 해놓고 공매 절차 진행 전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B기업은 공매절차가 진행 중이던 지난 5월 16일 돌연 C기업으로부터 신규 자금을 대출 받아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국유지 매매계약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을 취득했다.

또 잔금 지급일에 맞춰 C기업을 근저당권자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 C기업을 가등기권자로 하는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 절차를 각각 마쳤다.

B기업은 사업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금리로 추가 차입을 한 것도 모자라 C기업에 근저당권 설정과 동시에 부동산매매예약가등기까지 한 것인데 B기업이 이자를 지급 못할 경우 국유지는 자동으로 C기업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형적인 알박기 행태로 추가 차입이 이뤄져서 EOD(기한이익상실)이 도래하면 C기업이 토지 소유자가 된다. 그렇게 되면 우선수익권자가 권리를 보호 받는 게 아니라 우선수익권자가 알박기로 인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A자산운용사와 B기업, C기업이 모두 지분과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관계사들이라는 점이 제보를 통해 밝혀지며 국유지 매입이 계획된 행위라는 의혹에 힘이 실렸다.

B기업의 주주명부를 보면, B기업은 A자산운용사가 지분 약 92%를 보유하고 있는 실질적 소유 회사로 나타났다. 국유지 매입 자금을 지원한 C기업은 A자산운용사가 모집한 블라인 펀드 수익회사 중 한 곳이다. 결국 공매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알박기 행태가 금융지주 계열인 A자산운용사가 주도했다는 점이 드러난 것.

이외에도 B기업이 C기업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SPC를 포함한 대주들의 동의를 구했어야 했지만, B기업은 대주 중 국내 대형 투자증권사 계열 D부동산운용사로부터만 동의를 얻었다.

이 때문에 D부동산운용사 역시 이번에 알박기 행태를 사전에 함께 모의하고 동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A자산운용사는 공매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매 절차 중지 등 가처분신청을 하는 방법으로 SPC를 비롯해 대출약정 우선수익권자들의 채권 회수 방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B기업의 손실이 A자산운용사로 확대할 것을 우려해 A자산운용사가 적극적으로 알박기에 개입하고 채권 회수 방해를 시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 정부 금감원은 부실 부동산 PF 사업장의 신속한 정리를 위해 경·공매를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금융 대기업으로 불리는 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용사가 이에 반하는 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피해를 입고 있는 SPC 참여 기업들은 A자산운용사에 방해 행위를 멈출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A자산운용사는 이를 묵살하고 있어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종국적으로는 금융당국에서 해당 문제를 들여다보고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A자산운용사와 B기업, 국유지 매매자금을 지원한 C기업은 사실상 한통속으로 보인다"며 "사업 시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상황에 처하자 결국에는 자신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알박기에 나선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A자산운용사는 "정상적인 영업행위였다"고 설명하며, 알박기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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