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군사동맹 조약 체결? Vs. 윤석열 대통령 "평화는 말로만 지키는 것 아니다. 힘 필요"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6·25전쟁 74주년 행사 기념사에서 "최근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는 비열하고 비이성적인 도발이고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은 역사의 진보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동"이라고 강력 비판한 뒤, "평화는 말로만 지키는 것이 아니다. 강력한 힘과 철통 같은 안보 태세로 나라와 국민을 지키고 이 땅에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한반도 평화 유지'라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재확인하려는듯,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기지에 정박 중인 미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에 승선해 한미 동맹을 과시했습니다.
루스벨트함은 이번 주 계획된 최초의 한미일 다영역 합동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 참가차 22일 부산에 입항했으며, 현직 대통령이 미 항공모함에 승선한 것은 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3번째입니다. 그만큼 윤 대통령의 이번 행보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우리 군은 25일 충남 보령에서 한 번에 축구장 3배 면적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국산 다연장 로켓 '천무' 실사격 훈련을 한데 이어, 26일 백령도·연평도 등 서북도서에서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 체결 이후 5년 9개월만에 K-9 자주포·스파이크 대전차 미사일 등의 사격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언제나 처럼 도발은 북한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달 28일 북한이 처음 오물 풍선 살포에 나선 이후 25일 밤 6차 살포까지 감행하자, 그동안 실사격 훈련을 자제해온 우리 군이 실력 행사에 나선 것입니다.
특히 북한은 26일 새벽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6나형'을 발사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시험발사가 실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이미 북한은 올 들어 시행한 3번의 발사에서 2차례 성공했습니다. 조만간 북한이 일본과 미국령 괌을 순식간에 '핵'을 실어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한반도 안보 지형은 지난 19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충격적이게도 조약 제4조에는 '쌍방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유엔헌장 제51조와 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한다'는 내용을 제외하면,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이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 제1조' 내용과 사실상 같다는 분석입니다. 유엔 헌장 51조는 '유엔 회원국에 무력 공격이 있을 경우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가질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2000년 체결된 북러 '우호·선린·협조 조약'에는 '유사시 즉각 접촉한다'는 문구만 담겼습니다. 냉전시대 수준의 북러 동맹이 부활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입니다.
우리의 주적(主敵) 북한의 뒷배에 중국에 이어 거대한 러시아가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은 한반도 안보에 엄청난 위협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베트남 순방 마무리 기자 회견에서 "러·북 군사지원은 어느 한쪽이 침략을 받았을 때만 발동된다. 내가 아는 한 한국은 북한에 대한 침략 계획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협력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틀린 이야기입니다. '핵'을 가진 북한의 명백하고 임박한 도발 조짐이 있을 경우 한국은 자위권 차원에서 '선제 공격'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가 먼저 침략을 했느냐"는 말장난이 될 뿐입니다. 대한민국의 안보·국방 전략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재검토와 대폭적이고 근본적인 보완이 불가피합니다.
◆상대의 선의(善意) 믿거나 탁상공론(卓上空論) 대상 안 된다…안보는 최악 대비해야!
북러 조약과 관련된 쏟아지는 뉴스를 접하신 독자분들 중에는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는 다수의 주장이 있는 반면에 "그리 큰 실질적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뉘앙스의 전문가 의견도 있기 때문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언론발표에서 "오늘 서명한 포괄적 동반자 협정은 무엇보다도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했습니다. 푸틴이 언급한 "상호지원"이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언론에서 "푸틴이 직접 움직여 북한한테까지 와서 손을 벌리는 상황에서 실제 북한한테 (군사적 원조를) 제공할 수 있냐라고 묻는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반대급부 제공이 늘 문제"라면서 2년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고려했을 때 "러시아가 현재 그럴 여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고재남 유라시아정책연구원장도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러시아가 (북한에) 도움을 받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수준 높은 군사 협력 관계 요청을 마지못해 받아들인 것으로 본다"면서 조항의 내용이 1961년과 유사한 것과 관련,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해석도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군사 동맹으로 보기는 어렵고, 준군사동맹적 성격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과정"으로 분석하면서, "러시아는 베트남과 몽골하고도 같은 수준의 외교 관계를 맺었지만 군사동맹적 성격을 갖는 관계 설정은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찰스 브라운 미국 합참의장은 23일(현지시간) 북러 조약 체결과 관련, "북러 합의에 대해 내가 받은 의견은 지나치게 구속력이 없는 광범위한 합의라는 것"이라며 "북한과 러시아가 손이 묶이기는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유사시 군사적 및 기타 원조 제공'이라는 조항이 당장 이뤄졌지만 추후에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낙관론적 분석도 제기되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와 1997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으나, 2020년 9월 시작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2차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 러시아는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 남부 지역의 영유권을 상실했습니다.
"특히 약소국에 대해선 철저히 이익 중심으로, 필요한 경우 언제든 파기하는 방식"이 러시아 외교의 특징이라는 설명이 추가되었습니다.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그 대상은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 역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북한은 '바보'가 아닙니다.
'북러 조약 낙관론'은 희망섞인 기대가 반영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당시 "설마 왜놈이, 오랑캐가 쳐들어 오겠나?"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 대참사(大慘史)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반면에 왕선택 한평연구소 글로벌외교센터장은 "외국의 무력 침략이 있을 경우, 자국에 준해 방어에 같이 나서겠다는 문장은 군사동맹의 기본적 요건을 다 갖춘 것"이라며 "1961년도 군사동맹 상태로 복원 또는 격상된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역시 "이제 북러 관계는 냉전시대의 군사동맹 관계를 완전히 복원하게 됐다"면서 "올해 미국 대선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주한 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 한미연합훈련의 축소 등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확장억제는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핵우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재 (한국의) 안보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관점의 분석이 가능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의 안보가 북러 조약에 의해 더욱 위태로워졌다는 사실입니다. 위험을 위험으로 인식하지 못할 때 대재앙은 시작됩니다.
◆안일한 낙관 금지, 러시아는 이미 북한을 핵 보유국 인정…한국 자체 생존 수단 찾아야!
한국 정부는 북러 조약에 따라 러시아가 북한으로 첨단 핵탄두·미사일·핵잠수함·위성 기술을 이전하거나, 스텔스기 방공체계인 S-400 미사일 포대, 수호이 Su-35 전투기, 러시아제 극초음속 미사일 등 무기 체계를 공급할 경우를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북러 조약 10조에는 '평화적 원자력 분야를 포함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교류와 협조를 발전시킨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하고 이미 핵무기를 개발해 UN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가 원자력 협력을 한다는 것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번 북러 조약으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는 환상(幻想) 그 자체였다는 것이 다시금 증명되었습니다.
핵을 보유한 북한, 그리고 사실상 북한과 동맹 관계에 있는 거대한 핵 보유국 러시아·중국과 직면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한 길은 암담하고 험난합니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나선 나경원 의원이 25일 소셜미디어에 "6·25다. 이제는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짤막한 입장을 밝히면서 핵무장론에 힘을 실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뉴욕이 불바다 될 것을 각오하고 파리를 지켜줄 수 있는가?라고 드골이 미국을 향해 질타했다. 드골은 바로 나토를 탈퇴하고 핵무장에 들어가서 핵 개발 후 다시 나토로 복귀했다. 똑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이젠 드골과 같은 결단력이 필요한 때"라고 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핵무장 필요성을 강조했고, 국힘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제한적 핵무장 카드'를, 한동훈 당대표 후보는 '잠재적 핵 역량 확보'를 각각 주장했습니다. 모두 '핵 능력' 없이는 한국의 안보와 생존을 지키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지난 21일 공개한 '러북 정상회담 평가 및 대(對) 한반도 파급 영향' 보고서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한미 확장 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전술핵 재배치 및 나토(NATO)식 핵 공유, 자체 핵무장 또는 잠재적 핵 능력 구비 등을 포함해 다양한 대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 및 전략적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책연구기관들이 북핵 위협에 맞서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 식 핵 공유를 거론한 적은 있지만 자체 핵무장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까지 언급한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만큼 지금의 안보 상황에 예사롭지 않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여전히 소극적입니다.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24일(현지시간) 북러 조약의 여파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한반도에서 핵 억제력 강화를 위해 워싱턴선언 외에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워싱턴선언이) 우리가 지금 대응하는 데 필요한 것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4월 한미가 발표한 워싱턴선언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대신 한국은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담고 있습니다. 반면 미 공화당과 보수 진영의 생각은 확실히 크게 달라지는 것같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보좌관을 지낸 앨리슨 후커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거론하며 "북러의 관계 심화가 확실히 한국을 그 방향으로 내몰고 있다"고 했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미국의 전술핵 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상원의원은 20일(현지시간) 상원 본회의에서 "중국·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핵무기를 (한국 등) 해당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날 미의회에서 민주당·공화당 공동으로 러시아를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미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된 북한과 군사 조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북한에 준하는 관리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런 국제 환경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26일 "(핵무장론은)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주장"이라면서 "실현 불가능한 '뻥카'"라고 했고,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 역시 SNS를 통해 "74년 전 재래식 무기로도 한반도가 잿더미가 됐는데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여당의 당권 주자들이 공공연히 떠드는 작금의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했습니다.
'반대' 만 있고 실질적 대안은 없습니다. 북한과 중국·러시아의 속국(屬國)처럼 "셰~셰~, 오케이" 만 하면 평화가 저절로 찾아오는 줄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세계사 공부가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지구촌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핵 능력을 갖추지 못한 평화와 안보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 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실입니다. 국론을 모아 미국과 자유 세계를 설득해야 할 역사적 과제를 우리는 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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