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與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유명무실…民민주연구소에 비해 제 역할 못해

비대위 체제 이어가는 어수선한 당 분위기 가장 큰 문제
정책연구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구조 개혁도 시급

여의도연구원
여의도연구원

국민의힘의 중장기 전략과 비전을 수립하고 각종 현안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할 당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이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하면서 거대 야당을 상대하고 있는 여당 '전투력'이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기적인 여론조사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민생 현장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제안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인구감소 ▷양극화 해소 등 이른바 거대담론에 대한 장기적인 해법까지 언급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과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공당 정책연구기관의 역량은 각종 선거의 결과를 좌우한다면서 국민의힘이 반복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쳐 오면서 여의도연구원의 '날'도 무뎌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권영진 국민의힘 국회의원(대구 달서구병)은 최근 매일신문과의 만남에서 "여의도연구원이 제대로 역할을 했을 때 보수정당이 민심의 요구를 담은 정책을 만들고 그 정책을 끌어갈 사람도 만들었다"면서 "그런데 어느 날부터 완전히 무용지물이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의도연구원이 스스로에게 부여한 ▷정책대안 제시 ▷보수의 진로 제안 ▷적극적인 국민소통 ▷생활밀착형 정치문화 선도 등의 역할 가운데 제대로 수행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의 싱크탱크는 전쟁 시 하늘의 지휘소라 불리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여의도연구원이 민주정책연구소에 밀렸기 때문에 아쉬운 선거결과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이구동성으로 어수선한 당 분위기가 정책연구기관의 위상을 붕괴시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으로 여당이 된 후 국민의힘 수장은 2년 동안 이준석, 주호영, 정진석, 김기현, 한동훈까지 5명이나 배출됐다. 이 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만 세 명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모두 임기가 6개월 이내였다.

당의 간판인 대표가 수시로 바뀌고 이 과정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연패까지 기록했기 때문에 진득하게 당의 진로를 모색할 기회가 없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심지어 연구인력보다 행정인력이 더 많은 기형적인 조직구조의 혁신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단기간에 여의도연구원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여당의 한 중진은 "연간 8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집단답게 여의도연구원이 당 구성원들에게 존재감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면서 "진보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좌우를 넘나드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내놓고 있는 민주당이 두려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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