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커스On] 反尹 선언한 한동훈, 당심은 어떻게 판단할까?

◆반윤이지만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 표명
◆채상병 특검법 수정 제안 의사 밝혀
◆친윤-친한 간 갈등과 반목의 시발점 될 수도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대구 서구 김상훈 의원 지역구 사무실 건물 한 회의실에서 당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대구 서구 김상훈 의원 지역구 사무실 건물 한 회의실에서 당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것은 초유의 현상이다.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74일 만에 당대표 선거에 나선 것은 보수정당에서 전례가 없었다.

비슷한 사례가 없지는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4년 17대 총선에서 패하고도 6월 한나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적이 있었다.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었고,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얻었다. 탄핵 정국에서 한나라당의 대패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박 전 대통령의 개인기에 의존한 선전이었다.

지난 4·10 총선에서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했다. 선거를 이끈 수장이 한 전 위원장이다. 그런 그가 여론을 등에 업고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출사표를 통해 반윤(反尹)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분명히 밝혔다.

우선 약한 출마 명분을 채상병 특검법 제안으로 반전시켰다. 야당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독소조항을 들어 반대하는 대신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수정안을 제안했다. 경쟁하는 원희룡 전 장관, 나경원 의원, 윤상현 의원 등이 '경악'하며 반대했지만 '더 나은 대안이 있으면 내놓으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채상병 특검법 제안은 한 전 위원장이 반윤(反尹)의 길을 가겠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친윤(親尹) 측에서는 경악할 만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수사 결과가 미진하면 특검을 자청하겠다"는 취지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럼에도 한 전 위원장이 채상병 특검법 수정 제안 입장을 밝히면서 윤 대통령과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이다.

채상병 특검법은 당내 분열의 화약고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대통령과 조율하지 않은 채상병 특검법 추진은 당내 갈등을 넘어 분당의 빌미마저 줄 수 있다.

수평적 당정 관계 의사를 밝힌 것도 당정 갈등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 수평적 당정 관계가 노골화한 경우는 없었다. 당정 동행(나경원), 당정 일체(원희룡) 등 경쟁 후보들에 비해 한 참 나갔다.

수평적 당정 관계는 당정 간 협력보다 갈등을 유발할 공산이 크다. 대통령이 정책과 이슈를 끌고 가고 여당과 행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게 우리의 시스템이다. 여당이 대통령과 수평적 관계를 통해 정국을 이끄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더욱이 한 전 위원장은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다. 임기 3년이 남은 대통령이 건재하는 상황에서 차기 유력 후보가 수평적 당정 관계를 주장하며 당대표 선거에 나선 건 권력의 속성상 일반적이지 않다.

그가 당대표가 되면 대통령의 권력이 더 위축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는 사이 진짜 대통령은 여당에서도 박수받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친이(親李)-친박(親朴) 간 갈등을 넘어선 친윤(親尹) 대 친한(親韓) 간 반목이 벌어질 수 있다. 쇄신과 변화의 계기가 돼야 할 전당대회가 분열과 반목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우려다.

정치적으로 한 전 위원장은 위험한 도발을 감행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경쟁 후보들과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우파 유튜버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정치 초년병의 치기 어린 도발인지,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 행보인지는 결과가 말해 줄 것이다. 국민의힘 당심(黨心) 향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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