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만화 같은 스토리' 골방 벗어나 뉴욕 한복판으로 나온 웹툰

스마트폰·OTT와 함께 성장…韓, 글로벌 플랫폼 보유한 '웹툰 종주국' 우뚝

2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서 네이버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나스닥 상장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팬 사인회에서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 김규삼, 조석, 손제호 등 네이버 웹툰 작가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서 네이버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나스닥 상장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팬 사인회에서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 김규삼, 조석, 손제호 등 네이버 웹툰 작가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이버웹툰의 모기업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웹툰의 잠재력이 조명받고 있다.

과거 웹툰은 학생들이 심심풀이로 보는 인터넷 만화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스마트폰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등장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해왔다.

이번 상장을 계기로 웹툰은 종주국인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글로벌 문화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숨어보던 만화, K-컬처 총아로…스마트폰·OTT 날개 달고 도약

웹툰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처음 등장한 뒤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998년 권윤주 작가가 개인 블로그에 올린 '스노우캣'이 웹툰의 원형으로 꼽힌다.

이후 '마린블루스', '파페포포 시리즈' 등 인터넷 블로그 만화가 연달아 등장했고,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가 2000년대 초반부터 웹툰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웹툰계 조상'으로 일컬어지는 강풀 작가, '네이버웹툰의 공무원' 조석 작가 등 1세대 작가들도 이때 이름을 알렸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웹툰은 학생층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서브컬처에 가까웠다.

첫 번째 도약 지점은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대중적 유행과 함께 찾아왔다.

스마트폰의 세로가 긴 화면이 웹툰 특유의 세로 스크롤 방식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일본의 '만가'나 미국의 '코믹스'도 21세기 들어 디지털화를 진행했지만, 한 페이지씩 옆으로 넘기는 전자책 형태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웹툰은 기존 만화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개인 블로그에 공유하는 그림일기 형태에서 시작됐기에 가로가 아닌 세로 스크롤 방식이었고, 이는 세로로 긴 스마트폰 화면에서 보기 적합했다.

등하교, 출퇴근 길에 신문을 보는 사람이 줄어들고, 스마트폰으로 웹툰이나 웹소설을 읽는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즈음이다.

두 번째 기회는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의 등장이었다.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충하기 위해 스토리 지적재산(IP)을 확보하는 과정에 수많은 웹툰·웹소설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은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스위트홈' 등이 모두 웹툰 원작이다.

디즈니플러스의 실적을 견인한 '무빙', 올해 티빙의 화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도 모두 웹툰으로 먼저 만들어졌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가운데 절반은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것으로 집계됐다.

◆ "'K-웹툰' 아니고, 그냥 웹툰"…정부, 글로벌 행사 열어 종주국 자리매김

웹툰이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K-콘텐츠'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K-웹툰'이라는 표현도 심심치 않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K-웹툰'이라는 표현은 겹말이다.

웹툰이라는 명칭과 형식이 모두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한 한국의 발명품이라 'K'라는 수식어가 따로 필요 없기 때문이다.

마치 한국의 대중가요를 'K-팝', 일본의 경우는 'J-팝'이라고 지칭하지만 'US-팝'이라는 단어는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도 웹툰을 정의하면서 '때로는 한국의 특정한 웹 코믹 스타일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웹툰은 콘텐츠뿐만 아니라 유통망까지 한국산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오징어 게임' 등 K-드라마가 해외에서 유례없이 인기를 끌어도, 그 수혜는 유통을 맡은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해외 플랫폼이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웹툰의 경우 국내에 뿌리를 둔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픽코마 등이 글로벌 유통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행사와 시상식을 열고 '웹툰 종주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 9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제1회 글로벌 웹툰 페스티벌(가칭)'을 개최한다.

총 나흘에 걸쳐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테마로 전 세계의 인기 웹툰을 모아보는 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제1회 글로벌 웹툰 어워즈에도 시동을 걸었다. 작가 국적, 연재 플랫폼의 소재지, 언어와 무관하게 우수한 웹툰 작품을 모아 10편의 수상작을 선정하는 시상식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웹툰 산업은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세계적인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라며 종주국의 위상을 확고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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