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비부인만 200회…관객 울린 소프라노 임세경의 '어느 갠 날'

오케스트라 압도하는 성량…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 공연

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오페라
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오페라 '나비부인'에 주인공 초초상으로 출연한 임세경이 공연이 끝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비부인'으로 유명한 소프라노 임세경 중앙대 성악과 교수가 또 한 번 오페라 팬들의 심금을 휘저었다.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누오바오페라단의 2024 정기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은 임세경에서 시작해 임세경으로 마무리됐다.

2막의 시작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간 뒤 소식이 없는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나비부인 초초상의 사부곡(思夫曲) '어느 갠 날'(Un bel di vedremo)이 임세경의 목소리로 극장 안에 가득 차자 객석 곳곳에서 "브라바"(brava)라고 탄성이 쏟아졌다.

이어 3막의 마지막 장면에선 명예로운 죽음을 결심한 초초상의 노래 '명예롭게 죽다'(Con onor muore)가 구슬프게 울려 퍼지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일부 관객들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2시간 30분 동안 관객의 감정을 쥐락펴락하고 무대를 장악하며 임세경만의 저력을 보여줬다.

임세경은 '나비부인'에만 200회 가까이 출연한 그야말로 나비부인 전문가다.

2015년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단)의 '나비부인'에서 초초상을 연기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유럽의 여러 유수극장에서 '나비부인'을 공연하며 초초상에 특화된 배역으로 입지를 굳혔다.

지난해 6월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한 '나비부인'에서 국내에선 처음으로 초초상의 노래와 연기를 선보였다. 이어 10월에는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서기 2576년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나비부인'에도 출연했다.

8개월 만에 다시 정통 '나비부인'으로 돌아온 임세경의 이날 노래와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어느덧 50대를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15세 초초상 역할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성량을 과시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 소리를 뚫고 나오는 임세경의 노랫소리는 관객이 작품에 흠뻑 몰입하게 했다.

남편 핑커톤 역을 맡은 테너 이승묵과 미국 영사 샤플레스로 분한 바리톤 강기우의 노래와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하녀 스즈키 역을 연기한 메조소프라노 권수빈은 임세경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며 공연에 일조했다.

또 나가사키 항구가 내다보이는 초초상의 집과 언덕을 형상화한 무대 디자인과 시시각각 변하는 초초상의 심경을 표현한 영상디자인도 돋보인 공연이었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나비부인'은 19세기 일본의 나가사키 항구를 배경으로 미국 해군 장교인 남편 핑커톤을 기다리는 일본인 게이샤 초초상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이번 공연을 기획한 누오바오페라단은 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한 차례 더 '나비부인'을 무대에 올린다. 이날 공연에는 지난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제작한 오페라 '라 보엠'에서 주인공 미미를 연기한 소프라노 이다미가 초초상으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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