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마음을 전하는 인사

유재민 달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유재민 달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유재민 달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안녕하세요."

오늘도 마찬가지였지만 평소 가장 많이 하고 듣는 말이다.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며 안부를 묻는 이 행위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표현으로 상호 간의 특별한 유대를 형성하게 한다. 특히 첫인사는 향후 관계에 매우 중요한 첫인상을 만든다는 점에서 단순한 의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비언어적 표현의 수단으로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음악 또한 마치 첫인사처럼 도입부를 통해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설정하고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한다.

도입부가 인상적인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v, 1873~1943)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b-flat minor, Op, 36)은 쏟아지듯 하강하는 아르페지오에 이어 포르티시모(ff)와 악센트로 연주되는 내림나단조의 단호한 화음을 통해 단숨에 곡 전체를 지배하는 격렬한 드라마 속으로 청중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호로비츠(Vladimir Horowitz, 1903~1989)의 악마적 관능미, 아믈랭(Marc-André Hamelin, 1961~)의 비르투오소적인 표현력도 좋지만 비운의 천재 피아니스트 술타노프(Alexei Sultanov, 1969~2005)의 산화하듯 뜨거웠던 연주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어떤 분야든 전하고자 하는 바가 의도한 것과 같이 온전히 상대에게 전달돼 인지되는 성공적인 소통의 경험은 긍정적인 관계의 발전을 기대하게 한다. 여러 비교감상을 통해 개인적 취향을 발견하고 사고의 깊이를 더하거나 예술적 인식의 확장으로 인해 보다 다양한 해석을 존중하게 될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음악을 매개로 연결되는 연주자와 청중의 유대감 형성과 관계의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수 없다.

좋은 관계의 형성은 복잡하고 섬세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인사를 통해 사회성과 예의범절, 문화적 배경과 지식의 수준,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과 태도의 일관성 등 관계의 시작에 앞서 실로 중요한 정보들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객관성이 결여된 일방적인 의사 전달을 위한 인사는 원만한 소통을 방해하거나 관계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과도한 자존감의 개입은 관계의 발전 가능성을 상실하고 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인지적 활동에 대한 지식과 조절(규제와 전략을 포함한)과 같은 메타인지와 자기 객관화를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연주자와 청중, 문화기획자와 시민, 필자와 독자의 관계에서도 이 전제는 성립한다고 본다.

인사는 모든 관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가장 기본적인 소통의 수단이다. 좋은 인사란 전하고자 하는 바가 상대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본 지면을 빌려 글로써 모두에게 좋은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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