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론 '완패' 바이든…미국 유권자 2명 중 1명 “다른 후보 세워야”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 토론회에서 '실망스러웠다'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미국 유권자 2명 중 1명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다른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지난 28일(현지시각) 미국 성인 2천648명을 대상으로 '민주당이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면 누구를 후보로 지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을 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뒤이어 바이든 대통령을 택한 응답자는 30%였고, 나머지 22%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와 달리 공화당 후보에 대한 같은 질문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응답이 44%로 가장 높았고 38%는 다른 후보를, 18%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이 여론조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첫 대선 TV 토론에서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완패한 다음 날 진행됐다. 81세 고령으로 연임에 도전한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활기가 없거나 쉰 목소리로 단어를 실수하는 등 '고령 리스크'를 떨쳐내지 못했다.

이번 토론으로 미국 유력 매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사설과 칼럼을 잇달아 게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조국에 봉사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경선에서 하차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올리기도 했다.

NYT는 이 사설에서 "바이든은 4년 전의 그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는 연임 시 뭘 이뤄낼지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트럼프의 도발에 대응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최소 한 차례 이상 문장을 끝까지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이 바이든의 나이와 쇠약함을 두 눈으로 보고서도 눈감아주거나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길 희망하는 건 너무 큰 도박"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 쪽은 후보 교체론을 일축했다. 바이든 대선캠페인 공동 의장인 세드릭 리치먼드는 유력 언론들의 바이든 사퇴 촉구와 관련해 CNN에 "지난번 조 바이든이 뉴욕타임스 편집위원회의 지지를 잃었을 때, 오히려 그에게 꽤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회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고 해도 끝까지 대선후보를 유지할 경우 민주당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거나 트럼프로 이탈할 가능성은 작다.

오랜 기간 민주당 지지자였던 캐릴포니아주의 로리 그레고리(61)는 영국 BBC에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이지만 어젯밤 그에게 너무 안타까웠고 정말 실망스러웠다"면서도 "이 토론은 제 의욕을 잃게 만들었지만, 누가 됐든 파란색(민주당)을 찍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바이든을 옹호했다. 그는 "나쁜 토론의 밤은 일어난다"며 "하지만 이번 선거는 평생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싸워온 사람(바이든)과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트럼프) 사이의 선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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