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앞으로 다가온 2030년. 북극항로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이때가 되면 북극의 얼음은 여름이면 모두 녹고 겨울에 다시 어는 환경으로 바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북극항로의 상업운항이 본격화되면 기존 해상 항로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뀐다. 세계의 무역 상선이 환경 또는 전쟁으로 상시 안전을 위협받는 수에즈·파나마 운하길을 벗어나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항로로 몰려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해상 물류가 안정적으로 지나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세계 물류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세계의 중심 국가가 되는 것은 물론 지금보다 더욱 강대한 경제 대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대구경북 역시도 동해의 북극항로 최전진기지 영일만항을 끼고 있어 이 시대가 열리기만을 기대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한민국 명운 걸린 북극항로
세종대 부속 세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유니노믹 리뷰에는 북극항로의 가능성을 다룬 논문이 여럿 게재됐다.
이중 주명건 세종대 명예이사장의 'K-AR(코리아 아크 루트) 북극항로' 개척이란 제목의 글은 특히 주목받았다.
그는 "동북아는 세계의 경제와 인구 3분의 1일 차지하고, 유럽과 북미의 동부지역과 교육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북극항로(TSR)를 개척하면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를 통해서 운송하는 것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3분의 정도 절감해 인류 문명의 새로운 틀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일반 선박들이 다닐 수 있는 북극항로를 개척한다면 이는 북극에 영토를 가진 것이나 같게 될 것"이라며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에서 연간 10조원 이상의 수입을 내는 것을 감안하면 TSR을 통해 그 이상의 수입을 거둘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를 더 밀접하게 하나로 묶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미국이 자국 항을 지나는 모든 선박에 대해 원자로를 쓰지 못하게 했지만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원자로를 단 쇄빙선 등을 개발해 운용할 수 있게 돼 세계 물류망도 개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09년 포린폴리시에 2040년쯤 거츠(GUTS)라고 하는 나라들이 세계를 주도하게 될 것이란 논문이 발표됐다. 거츠는 독일, 미국, 튀르키예, 한국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라며 "한국은 민족의 힘과 하나님의 축복으로 지금의 성장을 이룩했기에 앞으로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더욱 헌신해야 하며 그 과업으로 TSR을 개척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30년 북극항로가 열린다
북극해의 얼음 면적은 기후변화와 온난화 등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0년 이전에는 800~630만㎢를 차지했지만 2005~2010년에는 540~430만㎢로 줄었다.
2012년에는 340만㎢로 급격히 줄어들었고,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수행한 연구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본 북극은 2040년에서 2059년 사이에 두 개의 북방항로뿐만 아니라 북극해 전체 지역이 여름동안 얼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극지연구소(KOPRI) 자료에 따르면 2030년쯤에는 북극 중심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해빙이 예측된다. 이 시기에는 북극 중심을 통과하는 새로운 북극항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북극항로는 대서양(유럽)과 태평양(아시아)을 연결할 수 있는 3개의 항로가 있다.
캐나다 북극해 아치펠라고를 통과하는 북서항로(NEP), 시베리아 북쪽 연안을 따라 연결된 북동항로(NEP 또는 북방항로(NSR)), 북극점을 통과하는 북극점 횡단항로(TPP)가 그것이다.
이 항로들은 파나마 운하 또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전통적인 해상 경로와 비교해 유럽과 북미,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새로운 경로를 제공해 실질적으로 거리와 시간, 경비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일부 분석가들은 운송 경로 거리가 최대 4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공식적으로 북극해 항로 운송량을 2019년 3천150만톤(t)에서 2035년 1억3천만t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북극항로를 선점하라
북극항로가 열리면 한국은 여러모로 유리하다.
한국은 에너지와 천연자원 소비의 94.8%를 수입해 충당한다. 2021년 한국은 총수입액의 22.1%에 해당하는 에너지와 자원 수입에 1천359달러를 썼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수입에 더 경제적인 해상 항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세계적인 무역 대국으로서 경제성 있는 수출 해상 루트도 요구된다.
게다가 북극의 북동항로와 북서항로는 기존의 항로보다 저렴하게 러시아와 유럽, 북미를 이어준다.
한국이 북극권의 연안 및 해상의 자원 개발 및 인프라 구축에 참여할 수도 있다. 세계적 LNG수입국으로서 북극권의 새로운 가스전 개발과 해상운송은 당연히 높은 관심사 일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은 조선 강국으로서 쇄빙·내빙 선박, LNG 탱커 관련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북극항로 개척에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급성장 중인 북극 LNG 시장과 러시아의 북방항로가 활성화되면 한국에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종관 조선대 교수는 "북극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적 관심사는 당연히 자원과 항로이다. 얼음이 녹고 있는 북극은 국제 해운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며 "북극을 통과하는 쇄빙 운송 경로는 남방항로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루트보다 유럽과 아시아 및 북미 사이의 통항을 결정적으로 단축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크루즈를 포함한 북극 관광 개발에 대한 전망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극항로 개발에 대구경북도 사활 걸어야
한국을 단박에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북극항로 개발에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겠지만 광역·기초 지자체 역시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앞바다 유전 개발 가능성을 발표한 상황에서 북극항로 최전진기지인 영일만항을 세계적 항으로 키우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박창제 세종대 교수는 "한국의 항만은 북극항로 개발 시 물류 허브항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며 "이를 위한 관련 기반시설 확보 및 규제 완화 등 민간 선단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분명히 있기에 이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주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 정부 역할은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기초 기반시설 재원 지원하며, 허브항 유치를 위한 대외 홍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광역 및 기초지자체는 기반시설 확보, 세제감면, 관광프로그램 개발 그리고 지역 주민 참여도 증진을 위한 설명회 개최 등 다방면 노력을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석유·가스 개발에도 영일만항 개발은 필수다. 아울러 북극항로가 곧 상업화를 가시권에 두고 있다. 북극항로 개척에 있어서 중국 등 다른 나라와 경쟁을 위해 거점항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영일만항이 적격지라 판단된다. 러시아 내 항만들과 협력을 통해 비교 우위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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