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렌드경제] ‘아마존’이 점찍은 K-인디뷰티 인기에…대기업도 뛰어든다

‘조선미녀’·‘마녀공장’…틱톡 등 SNS 타고 미국서 인기
올해 1분기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 금액, 지난해 동기 대비 30%↑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 K-뷰티 키우기 나서

구다이글로벌이 출시한 화장품 브랜드
구다이글로벌이 출시한 화장품 브랜드 '조선미녀'. 구다이글로벌 제공

중국 시장을 무대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이 이끌었던 K-뷰티 흐름이 지고 '조선미녀', '마녀공장' 등 국내 중소 기업 브랜드가 그 열풍을 새롭게 이어가고 있다.

최근 ▷코스알엑스 ▷아누아 ▷티르티르 ▷조선미녀 ▷마녀공장 등 국내 중소 뷰티브랜드가 연이어 히트 제품을 내놓으며 미국 시장을 강타했다. 한국 화장품이 해외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자 아마존 등 대형 이커머스도 'K-뷰티' 육성에 나서기까지 했다.

화장품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에 더해 화장품 소비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며 인디 브랜드가 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2분기 화장품 기업 실적 상승…미국·일본서 증가

최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화장품류 수출 금액은 40억4천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8% 늘었다. 이런 흐름 속에 올해 연간 화장품 수출액은 기존 최대인 2021년의 92억2천만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 중에서도 화장품은 중소기업 주요 수출 품목 중 1위에 올랐다. 지난 달 2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소기업의 화장품 수출 금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30.1% 증가한 15억5천만달러로 같은 분기 중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곳은 주로 미국과 일본이다. 수출액은 미국이 2억7천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60.5% 늘었고 일본(1억7천만달러)은 18.3% 증가했다. 반면 수출액 비중이 가장 큰 대중(對中) 수출액은 2억8천만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2.9%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의 실적도 덩달아 뛰고 있다. 화장품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자체 생산 시설이 없어 ODM 회사에 제조를 의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화장품 ODM 회사 '한국콜마'의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천748억원, 3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 168.9% 증가했다. 다른 화장품 ODM 회사인 '코스맥스'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5천268억원, 455억원으로 각각 31%, 288% 늘었다.

뷰티 브랜드 스킨1004의
뷰티 브랜드 스킨1004의 '마다가스카르 센텔라 라인'. 스킨1004 제공

◆대기업? NO!…'조선미녀'·'스킨1004' 대세

K-뷰티 열풍은 중소 화장품 회사들이 이끌고 있다. 기존에는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들이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수출 판로를 개척하면서 K-뷰티 붐을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인디 브랜드를 소유한 중소기업들이 미국, 일본 등 다양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5월 17일에 열린 '제11회 대구국제뷰티엑스포'는 사흘간 방문객 1만7천300명과 2천599만 달러의 수출상담 성과를 올리면서 K-뷰티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날 대구 지역 기업인 '네이처포'의 특허물질 기반 화장품은 베트남의 에코패스㈜(ECOPATH SOUTHERN.,JSC)와 5년간 1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제시받기도 했다.

국내 중소 화장품 기업 구다이글로벌의 '조선미녀'는 한방 원료를 재해석해 만든 화장품으로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미국 등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조선미녀의 '맑은쌀선크림'의 경우 세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아마존 내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구다이글로벌 매출은 지난 2022년 413억원에서 지난해 1천395억원으로 237%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2억원에서 689억원으로 385% 증가했다.

북미와 유럽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킨1004 역시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영업이익은 2022년 33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15억원으로 248% 성장했다. 올해 1∼5월 영업이익은 23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었다.

화장품 ODM 업체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고객사 중 인디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코스맥스의 한국법인 기준 매출액 상위 고객사 20곳 중 인디 브랜드 수는 2022년 9곳에서 지난해 11곳으로 증가했다. 한국콜마도 지난해 K-뷰티 인디 브랜드 중심으로 고객사 253곳과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수출 비중이 큰 고객사들의 경우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며 "미국, 일본, 아세안 지역에 현지 전담 영업인력을 두고 국가별 선호 제형과 컬러를 제안하는 등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이 공개한 K-뷰티 인디 브랜드 티르티르. 티르티르 제공
아마존이 공개한 K-뷰티 인디 브랜드 티르티르. 티르티르 제공

◆아마존도 나섰다…중소 뷰티브랜드 인수 경쟁

글로벌 최대의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지난 달 26일 K-뷰티 브랜드 및 셀러 지원 방안인 '프로젝트 K-뷰티 고 빅(Go Big)'을 발표했다. 한국 중소기업들이 제작하는 뷰티 브랜드의 온라인 수출 역량을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게 핵심이다.

아마존이 국내 화장품 시장에 주목한 건 그만큼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에 따르면 지난해 K-뷰티 셀러의 글로벌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또 아마존은 이들 브랜드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콜마 등 ODM 기업과 손을 잡았다. 신화숙 아마존글로벌셀링코리아 대표는 "한국 ODM 제조사들은 제품 기획부터 국가별 규제 대응, 패키징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한국콜마뿐 아니라 많은 제조업체와 파트너사 등록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디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아마존까지 사업에 뛰어들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K-뷰티를 이끌었던 전통 화장품 대기업들도 인디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그들과 경쟁할 신규 브랜드 육성에 힘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사내 벤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린스타트업'을 통해 남성 메이크업 브랜드 '비레디'를 출시했고 지난해 2월에는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와 뷰티 브랜드인 '투슬래시포'도 내놨다. LG생활건강은 글린트, VDL, 프레시안 등 색조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인디 브랜드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 지분을 인수해 지난해 10월 자회사로 편입했다. 북미, 동남아, 유럽 등 14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코스알엑스는 해외 매출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색조 브랜드 '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의 지분 75%를 425억원에 인수했다. 2019년 출시된 힌스는 자연스러운 색감을 강조한 '무드' 콘셉트의 색조 화장품 브랜드다. 힌스 매출은 국내와 해외가 절반씩을 차지한다. 해외 매출 대부분은 일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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