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강원도 문막에 위치한 센추리21 골프장에서 대한골프협회 주관으로 골프 생활체육지도사 자격 검정이 진행됐다. 3,500여 명이 등록했으며, 원활한 운영을 위해 투입된 심사위원만 40여 명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컷오프(Cut-off) 점수가 1타 낮아져, 더욱 많은 이슈를 낳은 대회가 됐다.
총 6홀 플레이를 해서, 4오버파 이상이면 탈락이고, 특히나 1번 홀에서 더블파 그리고 3번 홀을 포함한 전반 2개 홀에서 5개 오버파 이상을 기록하면 검정 참여자들이 이야기하는 '저승마차'에 탑승해 경기를 중도에 마치고 돌아와야 한다.
참여한 응시생 중 너무 긴장한 탓에 손이 떨려 티를 못 꼽는 사람, 짧은 퍼트를 놓치고 버릇처럼 공을 집어 드는 어처구니없는 실수, 긴장을 풀기 위해 연습 스윙을 너무 많이 해서 정작 플레이 할 때는 이미 지쳐버린 모습 정말 각기 각색의 모습이 연출된다. 이 모두 엄숙한 국가 자격 검정이기에 발생하는 만상(萬象)이라 생각된다.
우리나라 골프 산업계에는 정말 많은 사조직에서 지도자, 코치, 프로라는 명칭으로 자격증이 발급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인정하는 공식 골프 지도자 자격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관하고 대한골프협회에서 자격검정시험 운영을 대행하는 골프 생활체육 지도사와 한국 프로골프협회의 프로 자격증 만이 포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벽부터 코스를 점검하고 준비하는 검정 위원들, 오전 5시부터 시작되는 접수처에 몰려드는 접수 및 등록일을 맡은 KGA(대한골프협회) 직원들, 경기 중 코스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응대해야 하는 골프장 코스관리자들 그리고 실기 시험을 통과한 응시생들의 마지막 관문인 구술시험장의 위원들이 모두 함께 어우러진 노고로 올해 역시 무사히 마무리됐다.
하지만 모든 임직원의 노력과 사기를 꺾는 일은 매년 한두 건 씩 발생한다. 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골프지도자가 되기 위한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룰에 대해 너무 무지하여 정상적인 플레이를 지속하기 어려운 응시생, 골프 에티켓에 대한 숙지가 되지 못해 동반 응시생의 경기에 방해가 되는 응시생, 안하무인격으로 KGA스텝과 위원에 반말을 넘는 모욕적인 언사와 행동으로 현장에서 문제를 야기시키는 응시생 등. 특정 종목의 지도자가 되기에 노력과 숙련의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골프 지도자는 기본 기술과 연관 룰과 같은 주요 영역 이외에도 학습자들에게 올바른 윤리, 도덕 그리고 스포츠맨십의 가치를 전하는 메신저이다. 스포츠 사회학자로 스포츠의 사회적 작용에 대해 많은 연구를 수행 중인 제이 코아클레이(Jay Coakley)에 의하면 스포츠 지도자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번째는 학습자 지원으로 스포츠 지도자는 선수들이 기술적으로 발전하고, 경기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는 기술적인 지도와 함께, 심리적·사회적인 면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두번째는 모범적 리더십으로 지도자는 모범적인 행동과 리더십을 통해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함은 물론이고 도덕적이고, 공정한 행동으로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
세번째는 조직적 역할로 스포츠 지도자는 팀 내에서 효과적인 훈련 계획의 수립과 실행 뿐 아니라, 경기와 관련된 전략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네번째는 사회적 책임이다. 지도자는 스포츠의 사회적, 문화적 요소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선수들을 교육하고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반적 시스템을 완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성장과 발전 지원이다. 개개인의 발전과 성장을 존중하고, 이를 지원하는 일 역시 스포츠 지도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올해 골프 지도자 검정 대회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힘쓴 대한골프협회, 센추리21 골프장 임직원, 그리고 수준 높은 매너와 에티켓을 보여준 모든 참가자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다. 이러한 지속적 동행, 협력 그리고 숨은 노력은 대한민국 골프의 밝은 미래로 이끌어줄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 "타부라 라사"(Tabula Rasa! 라틴어로 깨끗한 석판), 대한민국 골프 산업의 모습을 찾아가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계명대학교 스포츠마케팅학과 교수(한국프로골프협회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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