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尹"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배제못해" 언급… 김진표 전 국회의장 회고록 일파만파

與 "타지마할 자서전에 이은 또 하나의 자서전 촌극" "아니면 말고식 민주당 전략"
원희룡 당권주자 "정치적 패륜" "김 전 의장, 이재명식 정치꾼에 불과해" 직격
民 "사실이면 충격, 윤 대통령 직접 해명해야"…일부 강경파 "대통령 탄핵" 시사

김진표 국회의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 의장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 의장은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최근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고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2년 전 '독대' 내용을 공개해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여당 측에선 '타지마할 자서전에 이은 또하나의 자서전 촌극' 이란 지적을 시작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주자인 원희룡 후보가 30일 "이재명식 정치꾼" "정치적 패륜"이라고 김 전 의장을 직격하면서 비난 분위기가 가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압박에 나서고 있으며, 민주당내 일부 강경파는 국민 청원을 빌미로 윤 대통령 탄핵 시사까지 하고 있다.

◆'尹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언급' 김진표 회고록 일파만파

김 전 의장이 지난달 27일 펴낸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 왔는가' 중 한 대목이 이번 공방의 발단이 됐다. 자신이 2022년 12월 윤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핼러윈 참사 수습차원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를 건의하자, 윤 대통령이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는 게 김 전 의장 주장이다.

김 전 의장은 28일 "의도와는 달리 사회적 논란이 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진수희 전 의원이 같은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태원 참사 당시 여의도연구원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올리자, 윤 대통령이 격노해 여의도연구원장을 경질시켰다"며 김 전 의장 주장에 힘을 싣는 주장을 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여당 측은 즉시 반박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28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타지마할 자서전에 이은 또 하나의 자서전 촌극"이라고 김 전 의장 주장을 비판했다. 29일 논평에선 "작은 사안을 크게 부풀려 논란을 만든 뒤 '아니면 말고식'으로 빠져나가는 민주당 특유의 출구 전략"이라며"대통령 진의를 왜곡해 자극적인 표현으로 회고록 흥행을 노린 무책임하고 무도한 행태로 의심되기에 충분하다"고 꼬집했다.

국민의 힘 신동욱 의원은 "김 전 의장이 그 부분만 딱 떼어내서 대통령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라고 책에 썼다면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당권주자도 '회고록 공방'에 가세했다.

원희룡 후보는 3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패륜, 인간적 패륜"이라고 비난하면서 "김 전 의장은 이재명식 정치꾼에 불과하다. 그동안 가졌단 일말의 호감과 존경을 전면 철회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고록 사실관계는 얘기할 필요 자체가 없고, 이는 정치적 미숙함"이라며 "패륜에 대해 왜 우리가 사실관계를 따지나"라고 지적했다.

보수진영 한 관계자는 "당시 김 전 의장과 대통령 사이에 그런 대화가 실제 오갈수 있지 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회고록에 공개한 것은)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진 전 의원 주장에 대해서도 "정치권에 소모적인 논쟁을 부추기고, 보수 진영 내에 내부 분열을 일으킬 수 있어 부작용이 커 보인다"고 우려했다.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내고 퇴임한 김진표 전 의장이 50여년간 정치인과 공무원으로 생활하며 겪은 일을 정리한 회고록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내고 퇴임한 김진표 전 의장이 50여년간 정치인과 공무원으로 생활하며 겪은 일을 정리한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가 27일 공개됐다. 사진은 교보문고 홈페이지에 올라온 책 표지의 모습. 연합뉴스

◆野 "사실이면 충격, 尹 해명해야"…대통령 탄핵론 확산은 고심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의장 회고록 속 윤 대통령 발언을 문제 삼아 맹공을 퍼붓고 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0일 "윤 대통령이 159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를 가리켜 유도된 조작을 의심했다고 한다"며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재발을 방지해야 할 행정부 수반이 가장 저급한 음모론에 귀 기울였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의도연구원 보고서가 이태원 참사 사후 책임으로 이상민 장관의 경질을 언급하자 또 격노했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음모론에 경도 돼 자기 식구 안위에만 집중했다"고 꼬집었다.

이태원 참사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의원도 당시 김 전 의장에게 이 장관 사퇴 권유 대화 등 관련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가세했다.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김 전 의장의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이라며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가 떠드는 '아무 말 음모론'에 경도된 것도 모자라 (음모론을) 사실로 굳게 믿고 국정 운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 회고록이 공개되고 민주당 비판이 제기되면서,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청원이 국회 사이트에 등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날선 비판으로 대여 공세를 주도했지만, 실제 탄핵 청원 요구가 70만명을 넘으면서 고심에 빠졌다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 지지층 내에선 찬성 분위기지만 탄핵 시 국가적 영향 불가피한 만큼 원내 구체적 논의는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것. 여기에 당사자인 김 전 의장도 유감을 표명하며 한발 물러섰고, 만약 탄핵 시도 후 무산될 경우 역풍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법사위 회부 요건인 5만명 청원이 된 만큼 바로 심사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현재 법사위에는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추미애(전 법무부 장관), 이성윤(전 서울중앙지방검장), 전현희(전 국민권익위원장) 의원 등이 포진해 청원 심사를 곧장 밀어붙일 기세다.

30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
30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가 진열돼 있다. 50여년간 정치인과 공무원으로 생활하며 겪은 일을 정리한 김 전 의장의 회고록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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