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다선 의원들이 당 대표 출마 엄두도 내지 못하는 민주당의 현실

8·18 전당대회가 다가오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경선 룰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 외에는 출마 의사를 밝히는 사람이 없지만 룰을 '찬반 투표' 또는 '추대'로 정하자니 국민들에게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 이미지가 더 강화될 것 같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고 위원 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강선우·김병주·한준호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 김지호 민주당 부대변인 등 5명이나 된다. 여기에 김민석(4선)·전현희(3선)·민형배(재선)·이성윤(초선) 의원 등도 조만간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위원 선거에 10명 가까운 후보들이 출마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이재명 일극 체제' 강화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모두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정당법은 정당(政黨)을 '국민의 이익을 위해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는 조직'으로 규정한다. 부정부패와 시대착오도 있었지만 역대 우리나라 정당들은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정치적 목표'가 있었다. 박정희가 이끈 우파 정당에는 '산업화로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정당성과 국가적 목표가 있었고, 김대중이 이끈 좌파 정당에는 '민주화를 이룩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지금 민주당에 온갖 범죄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결사 옹위하겠다'는 것 말고는 어떤 목표가 있는지 모르겠다. '대선 1년 전에 당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당헌'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나 각종 특검법을 발의해 이 대표를 향한 수사나 재판에 압력을 넣으려는 행태, '국회 법사위는 이재명 로펌'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현실이 이를 보여 준다. 다선 의원들이 수두룩하지만 이재명 외에는 당 대표 선거 출마 엄두를 내는 사람이 없는 현실, 최고 위원 선거 출마자가 '이재명 대표를 지키겠다'는 말이나 늘어놓는 상황 등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낯부끄럽고 희한한 행태가 모두 이재명 대표 때문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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