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후보 사퇴론에 맞서 완주의지를 보이면서 미 대선 국면이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민주당에서는 확산하는 후보 교체론 논쟁도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해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바이든 가족회의서 '끝까지 완주' 고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TV 토론 직후 들불처럼 번지는 사퇴론에도 현재까지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30일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 가족회의에서도 그가 대선 레이스를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 가족들이 처참했던 TV 토론에도 불구하고 대선 레이스를 계속 해야 한다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촉구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조언자로 꼽히는 질 바이든 여사도 정면돌파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제임스 클라이번 하원의원도 CNN에 출연해 "좋지 않은 토론이었다. 준비에 과부하가 걸렸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재출마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제이미 해리슨 의장과 바이든 캠프 매니저인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는 29일 전국위원회 위원 수십명과 통화하며 당내 우려 진화에 나섰다.
◆주요 언론 "바이든 대통령 결단" 촉구
미국 주요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7일 첫 TV 토론 이후 후보 사퇴를 노골적으로 압박해 온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은 30일에도 일제히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영향력 있는 지역지 중 하나인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선(AJC) 편집진도 자체 회의를 거쳐 바이든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후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 및 질 바이든 여사의 핵심 측근들이 인의 장막을 드리우고 있어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바이든 대통령의 정확한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CNN 방송은 민주당의 막후에서 핵심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억만장자 후원자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빨리 결단을 내려 사퇴해야 한다는 조기 후보 교체론 ▷이것이 더 큰 자기 파괴적 행위라는 후보 유지론 ▷당 차원에서 여파를 신중하게 검토한 후 정리해야 한다는 '선(先) 파장 검토 후(後) 거취 결정론' 등 크게 3가지의 목소리가 혼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비롯해 오랜 우군과 의원들 대부분은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 '흔들기'는 결과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만 굳혀주는 꼴이라며 사퇴론에 선을 긋고 있다.
◆바이든 교체해도 민주당 '첩첩산중'
대선 토론회 이후 확산 중인 '조 바이든 교체론'이 현실화하더라도 미국 민주당의 혼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CNN은 30일(현지시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를 사퇴할 경우 가장 폭발력이 큰 사안은 누가 후보 자리를 물려받느냐다.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직을 승계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새얼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경합주 승리를 위해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대체 후보로 거론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젊고 활기찬 이미지를 지닌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다.
새얼굴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4년간 해리스 부통령이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고, 지도자로서의 능력도 발휘하지 못했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CNN은 만약 이들이 미국의 첫 여성 흑인 부통령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해리스를 제치고 후보 자리에 오른다면 민주당이 내분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 트럼프 재집권 대비 잰걸음
미국 대선후보 TV 토론 이후 국제 사회가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군사·경제 분야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밖의 일에는 관심이 없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조에 따라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이 사라진 지구촌에 대비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이 지원을 줄일 것을 대비하는 것이다.
나토 정상들은 이달 중순 워싱턴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조율하는 기구 신설을 발표할 예정이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회원국 가입을 위한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미국에 대한 정치·군사적 의존도가 높은 일본, 한국, 호주 등 아시아 국가들도 방위비를 추가로 내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위협 가능성에 대비해 서로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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