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이 2002년부터 21년간 8천908억원 상당의 물이용부담금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낙동강 수질 개선 명목으로 부산 다음으로 가장 많은 물이용부담금을 내고 있지만 수질은 주민 눈높이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낙동강을 원수로 취수하는 현 구조에서 매년 400억원이 넘는 물이용부담금을 시민들이 계속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낙동강수계관리기금은 상수원 지역민 지원과 수질개선을 위해 낙동강 수계 지역민에게 부과하는 것으로, 수입의 대부분이 물이용부담금(97.2%)으로 조성된다. 2002년부터 거두고 있는 물이용부담금은 물 사용량에 따른 톤(t)당 부과율을 적용해 산정하고 있는데, 이를 수도요금 납입고지서에 통합해 최종 사용자에게 매월 징수한다. 물이용부담금은 2002년 t당 100원에서 계속 인상돼 2015년부터 170원이 적용되고 있다.
낙동강수계관리위원회와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의 물이용부담금은 연 평균 400억원이 넘는 규모다. 지난해 446억원, 2022년 428억원, 2021년 442억원, 2020년 437억원, 2019년 473억원 등 21년간 모두 8천908억원을 납부했다. 이는 수계 지자체 중 부산 다음으로 가장 많다. 전체 총 물이용부담금에서 대구 지역 납부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해마다 약 20% 수준이다.
부산도 지난해 509억원, 2022년 510억원, 2021년 506억원, 2020년 510억원, 2019년 519억원 등 총 9천941억원을 부담했다. 대구와 부산 두 도시의 물이용부담금만 합쳐도 전체 물이용부담금의 40% 이상에 달한다.

하지만 물이용부담금은 수질 개선과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상류 지역 주민지원사업을 위한 목적이 크기 때문에 낙동강 상류 쪽에 있는 지역일수록 하류에 비해 지원금을 더 많이 받는 구조다. 낙동강 하류 쪽 주민들은 수질에 따라 물이용부담금을 면제하거나 차등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대구와 부산은 대도시 특성상 환경기초시설 등 설치가 대규모로 필요하지만 정작 물이용부담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비 비율은 광역시가 시∙군보다 적다. 한마디로 대구와 부산이 내는 물이용부담금에 비해 돌아오는 혜택은 더 적다는 뜻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물이용부담금 납부에 따른 수질 개선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고, 수도요금에 포함돼 매월 납부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몰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 북구 복현동에 거주하는 오 모(31)씨는 "아기를 키우는 초보 엄마라 수돗물은 걱정된다. 이유식에도 생수를 사서 요리하는 편인데 물이용부담금은 처음 들어봤고 별도로 안내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부산 서구 서대신동에 사는 5인 가구의 주부인 최 모(54) 씨는 "고지서 내역에 있어 본 적은 있지만 왜 걷는지는 몰랐다"며 "여름만 되면 녹조 때문에 부산 수돗물 수질 나빠진다는 기사들이 해마다 나오는데 이 세금이 얼마나 수질 개선에 쓰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학계와 환경단체에서는 수돗물사용료와 중복 부과되는 측면이 있고, 수질개선은 국가과제인 만큼 일반 조세수입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돗물의 최종소비자에 재정적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물이용부담금 제도가 위헌적 측면이 있어 폐지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돼왔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물이용부담금은 처음에는 세금 징수 형태가 아니라 '일시적 기금' 성격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수질오염사고 등 시대적 상황에 의해 궁여지책으로 나왔던 것이지 지속적으로 이 물값을 계속 낸다는 취지가 아니었다"며 "물이용부담금은 사실상 제대로 된 국민들 동의 없이 지금까지 수도요금에 포함돼 걷고 있고 인상돼왔다. 현재는 세금 성격이 되면서 이중과세 문제도 있어 물이용부담금은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