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폭 삭감했던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을 이전 수준으로 복원(復元)했다. 올해 정부의 전례 없는 예산 삭감(削減)으로 우리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과학기술계의 연구 기반이 흔들렸고, 예산 삭감을 둘러싼 갈등도 발생했다. 삭감된 예산을 1년 만에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는 점은 사실상 R&D 예산 정책의 실패다. 정부는 예산 복원에만 머물지 말고, 그간의 과정을 복기(復棋)하고 성찰해야 한다.
정부가 최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열어 내년 '주요 R&D 예산'(인문·사회 분야 제외)을 24조8천억원으로 책정했다. 대폭 삭감된 올해보다 2조9천억원(13.2%) 늘어났다. 정부는 이를 놓고 '역대급'이라고 과대 포장한다. 물론 삭감 전인 지난해보다 1천억원 늘었으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증액'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다. 정부의 자화자찬(自畫自讚)과 달리, 과학기술계 반응이 시들한 이유다.
올해 R&D 예산 대폭 삭감은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키워 왔던 주요 R&D 예산이 33년 만에 11.3%(2023년 24조7천억원→24년 21조9천억원)나 깎였다. 부작용은 컸다. 대학에 배정(配定)되는 연구비가 일괄(一括) 삭감돼 대학원생·연구원들이 연구실을 떠났고, 기초과학의 장기 과제 연구가 중단됐다.
한번 무너지면 회복이 어려운 게 과학연구 생태계의 특징이다. 그래서 역대 정부는 국가 경제위기에서도 R&D 예산에 칼을 대지 않았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였다. 중국이 지난해 주요 학술지 게재(揭載) 논문 수와 영향력 등 종합 순위 1위에 오른 것은 정부의 지속적인 R&D 투자와 인재 확보의 결과다. 세계가 반도체, AI, 우주항공 등 첨단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R&D 예산을 국가 전략적으로 다뤄야 하는 이유다. 물론 R&D 예산의 카르텔과 비효율은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원칙 없이 줄였다가 다시 늘이는 '고물줄식 예산 편성'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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