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수레는 두 바퀴가 필요합니다!

임인환 대구시의원

임인환
임인환

필자는 제5, 6대 대구 중구의회를 거쳤고, 제7대 대구시의원으로 시의회에 처음 입성해 의정 활동을 하였다. 그 후 4년간 공백기를 가진 후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시의회에 다시 돌아와 재선 의원이 되었다.

의정 활동을 하면서 그간 바깥에서 바라봤던 지방정부의 모습, 그리고 공무원 사회에 대한 고정관념이 조금씩 바뀌었다. 답답하게만 느끼던 공직사회의 사정을 조금 알고 이해했다고 해야 하나. 다만, 그 틀 안에서 적극적으로 행정이 이루어지도록 독려하고,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하는 일이 시의원인 내게 맡겨진 일이라 생각하며 부지런을 떨었다.

그리고 시민들의 크고 작은 민원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했고, 그 결과로 조금씩 바뀌는 모습을 볼 때면 의정 활동의 기쁨이 되곤 했다.

시간은 금방 흘러, 제9대 대구시의회가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2년의 시간을 짧게 되돌아본다.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대구시는 거물급 정치인의 등장으로 떠들썩했다. 바로 제9대 대구시의회 파트너이자 240만 대구 시민의 민생을 책임지게 된 홍준표 시장의 등장이다.

홍 시장의 등장으로 시정 발전의 두 축인 집행기관과 의결기관, 즉 대구시와 대구시의회의 역학 관계와 힘의 균형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는 원내대표, 당 대표, 경남도지사, 대선 후보까지 지낸 그야말로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거물급(?)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홍준표 시정은 임기 초반부터 혁신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시정 시계가 빨라졌다. 덩달아 시의회도 바빠졌다. 대구시 조직개편, 공공기관 통폐합, 가창면 수성구 편입, 군위군 대구시 편입,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에 이르기까지 시의회의 동의와 승인이 필요한 일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도 있었다. 다만 갈등 자체가 다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문제점을 부각해 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또 갈등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실제 대구시 조직개편 중 한시 기구의 설치를 둘러싸고 시의회,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갈등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지자체 조직자율권의 중대한 변화를 불러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리 헌법과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를 집행기관과 의결기관으로 나누고 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지방자치단체 구성에서도 작동되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면 한 해 시정 살림은 대구시가 편성하고 집행하도록 권한을 부여받지만, 제출된 예산안에 대한 심의·의결권은 시의회가 가지도록 하여 정책이 일방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한 것이다.

지방정부와 의회는 각각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서로의 권한을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해 결국 시민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원리인 셈이다. 따라서 양쪽 기관은 서로의 권한을 인정하고 각각의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

옛말에 차륜지비(車輪之比)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떤 일이나 현상이 수레바퀴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굴러간다"는 뜻이다. 시 정부와 시의회는 각각 한 쪽의 수레바퀴가 되어 각각 그리고 또 함께 나아가야 하는 운명이다. 그것이 우리 헌법 가치를 실현하고, 더불어 우리를 선택한 주권자들의 명령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지난 2년이 그러했듯 남은 2년도 쏜살같이 지나갈 것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등 앞으로 대구시가 준비하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이 시점에서 의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 자문하며, 차륜지비의 수레 한 축의 역할을 오롯이 감당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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