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높은 업무 강도, 낮은 보수…인력난 허덕이는 '수의직 공무원'

"근본적인 처우 개선 방안 마련해야"

의성군은 지난 10, 15일 옥산면과 점곡면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발생 지역 주변 양돈농가를 중심으로 긴급 방역에 나섰다. 의성군 제공.
의성군은 지난 10, 15일 옥산면과 점곡면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발생 지역 주변 양돈농가를 중심으로 긴급 방역에 나섰다. 의성군 제공.

경상북도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조류독감(AI) 등 가축전염병과 축산물 위생 대응 등 업무를 맡는 수의직 공무원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업무 공백 해소 등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는 실정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의직 공무원 현원은 정원(117명) 보다 25명(21.3%) 부족한 92명이다. 이 같은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도는 수의직 공무원 15명을 모집했으나 1명(6.7%)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지원자도 2명에 불과했다. 도내 22개 시·군에선 올해 30명 모집에, 지원자가 2명에 불과해 1명도 채용되지 못했다.

최근 3년 간 도는 수의직 공무원 39명을 모집했으나, 최종 임용 인원은 6명(15.4%)에 그쳤다. 지원자는 3년 간 10명(25.6%) 수준이다.

퇴사율 또한 상당히 높다. 2020년 이후 임용된 수의직 공무원은 12명인데 반해, 이 기간 퇴사자는 20명으로 신규 인원 대비 8명이나 더 많다. 임용 인원 자체가 줄어드는 데 반해, 이·퇴직률이 높기 때문에 인력 부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영천시 화남면의 한 대규모 돼지 사육 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가운데 16일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영천시 화남면의 한 대규모 돼지 사육 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가운데 16일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수의직 공무원이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건 열악한 근무여건에 더해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 때문이다. 이들은 ASF, AI 등 연중 발생하는 재난형 가축전염병으로 상시 비상근무를 하는 데다, 질병 발생 신고에 대비해 주말 당직 근무도 하고 있다. 지역 내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전 직원이 동원돼 사료 채취와 정밀검사, 역학조사, 가축 살처분 등에도 투입된다.

반면, 보수 수준은 동물병원 개업 수의사 보다 턱 없이 낮다. 또 직렬상 수의직 공무원은 업무 범위가 제한된 기술직 공무원 7급으로 임용돼, 공직 30년이 지나도 5급(사무관)일 정도로 인사 적체도 심각하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올해부터 의료업무 수당을 월 35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방안을 내놨으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다. 강원특별자치도의 경우 수의직 공무원 신규 채용 직급을 6급으로 상향 조정했으나, 인력 수급 등에 획기적 개선은 없는 상태다.

도는 올해부터 도내 일부지역의 젖소 결핵 정기검진과 도축검사관 업무를 지역 공수의에게 위탁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 업무 부담 해소 등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업무에 대해선 민간과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수의직 공무원 인사 적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수의직 공무원 A씨는 "낮은 보수나, 늦은 승진 등으로 인해 동물병원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업무 부담을 경감하는 한편 처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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