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2035년 의사 1만5천명 부족" vs 의료계 "틀린 추계, 2030년부터 남아"

[ 의·정갈등 주요 쟁점, 정부 vs 의료계] 1. 의료인력 확충
정부 "의대 증원 하면서 의대 시설 투자·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약속"
의료계 "시설 개선도 요원한 상황에 전임교원 확보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휴진을 중단하고 진료 현장으로 복귀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는 인쇄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휴진을 중단하고 진료 현장으로 복귀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는 인쇄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브리핑을 하며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브리핑을 하며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정원 확대 발표로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갈등이 다섯 달 가까이 지나도록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의·정 갈등의 시작 자체가 '의대 정원 확대'였기 때문에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로 진행하려는 의료개혁의 본질과 쟁점은 논의 속에 묻혀버렸다.

매일신문은 정부가 제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주요 항목인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을 중심으로 정부가 진행하려는 정책과 이에 대한 의료계의 생각은 어떠한지 비교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편집자 주)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의사 수급 상황을 연구한 자료를 정부가 분석한 결과 2035년에는 1만5천여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이에 지금보다 의대 정원을 2천명 더 늘려 2035년까지 의사 1만명을 더 확충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여기에 정부는 과학적 데이터 기반의 주기적 인력 수급 추계와 의대 정원 조정 시스템을 내년까지 구축하기로 했고, 그 첫 걸음으로 지난달 25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료인력 수급 추계와 조정시스템 구축 방안을 9월까지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각 대학에 기초·임상교수를 늘리고 필수‧지역의료에 대한 임상실습 비중을 늘리고, 각종 실습 여건 개선도 포함돼 있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속 의료인력 확충 방안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패키지 속 일부분이다. 의료인력 확충 방안으로 정부는 전공의들의 근무시간 조정 등을 포함한 수련환경 개선 또한 추진하고 있다.

수련환경 개선책의 하나로 현재 정부는 지난 5월 31일부터 전공의들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시범사업에 선정된 전국 42곳의 수련병원들은 내년 4월까지 근무 형태 및 일정 조정, 추가인력 투입 등을 통해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현행 36시간에서 24∼30시간으로 줄인다. 이는 외국에 비해 과도한 전공의들의 근무 시간을 줄여 근무 여건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여기에 더해 필수진료과 중심으로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을 늘리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전공의에 상당부분 의존해 왔던 상급종합병원의 인력 대부분을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 또한 의료인력 확충 항목에 포함돼 있다. 법령과 지침을 개선해 각 병원이 전문의들을 충분히 고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국립대병원의 필수의료 전임교수 정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사립대병원에도 교수 채용을 늘린 병원에 대해 각종 사업 지정이나 평가에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전임교원 확보를 유도한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의료계는 정부의 의사 인력 수급 추계부터 틀렸기 때문에 의료인력 충원 정책이 난맥상으로 흐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지난 달 2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서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미국 UC버클리대 리처드 셰플러 교수가 2018년 진행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의사-간호사 부족 및 과잉 예상'이라는 논문을 인용해 정부의 수급 추계가 틀렸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연구팀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높을수록 고령인구의 건강 문제가 대두되면서 의료 수요가 높아져 의사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은 정부와 동일했지만 예측 결과 한국은 2030년부터 의사 수가 3천821명이 더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의료계는 정부의 예측이 과학적이지 않은 것에 더해 지금처럼 의대 정원을 현 정원의 60% 수준으로 급격하게 올린다면 교육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대구 시내 대학병원 교수 출신 개원의 A씨는 "의사 출신이 아닌 사람이 일부 과목을 가르칠 수는 있다지만 인체에서 어떤 현상과 작용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가르친다면 향후 임상 현장에서 분명히 헤매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의대생들 또한 학습의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구 지역의 한 의대생은 "지금도 의대에 교수를 모셔오지 못해 전전긍긍이고 공간이나 시설 어느 것 하나도 늘어난 정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의학 교육의 질이 급전직하 할 것은 너무나도 눈에 보이는 사실이니 학생들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과 전문의 중심병원 개편도 의료계는 회의적이었다. 전문의의 임금을 상급종합병원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개원의 A씨는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개편되면 결국 전공의들이 해 왔던 일을 전문의들이 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면 임금을 그만큼 더 쳐줘야 할텐데 그 정도의 재정을 가진 상급종합병원이 지역에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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