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낙동강 물길 점령한 녹조…무더위에 '녹조 원수' 수질 우려

② 녹조로 얼룩진 낙동강 수질…대구~경남 낙동강 물길 45km 따라가보니
대구 화원유원지 좌안 벌써 초록빛 넘실…매곡취수장 건너편도 녹조알갱이
내달 폭염 시작되면 녹조 번성 예상…녹조, 산소 감소시켜 수질 악화로 이어져
경남 합천창녕보 '녹조 라떼' 이미 등장…서울 '팔당댐', 호남 '주안댐'은 맑은 물

지난 2022년 낙동강 강정고령보에는 126일 동안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2022년 7월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에서 바라본 강물이 녹조로 인해 녹색을 띄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지난 2022년 낙동강 강정고령보에는 126일 동안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2022년 7월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에서 바라본 강물이 녹조로 인해 녹색을 띄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올 여름에도 대구시민이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낙동강 곳곳에 녹조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여름이면 낙동강 물은 녹색 물감을 뿌려놓은 것처럼 불청객 녹조로 뒤덮인다. 내달 불볕더위에 수온이 높아지면 녹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신문은 대구 화원유원지에서 경남 합천창녕보 구간까지 45km 낙동강 물길을 따라가며 올해 녹조 상황을 미리 예측해봤다.

◆"장마 끝나면 올해도 녹조 창궐 가능성"

지난달 26일 오전 찾아간 대구 화원유원지 좌안. 낙동강 주요 지점 중 하나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도 수온을 기록하며 녹조띠를 만들었던 곳이다. 이날은 25.8도로 멀리서 봐서는 녹조 현상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웠지만 가장자리에 다가서니 초록빛이 넘실거렸고 미리 준비한 컵에 강물을 떠보니 초록색 녹조 알갱이들이 떠다니는 걸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 우안 매곡취수장 건너편도 상황은 비슷했다. 녹조 띠가 두드러지지는 않았어도 컵에 강물을 뜨면 녹조 알갱이들이 번졌다.

환경당국과 환경단체는 올해 녹조 전망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음 달 폭염이 본격화되면 녹조가 크게 번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달 20일 올해 처음으로 낙동강 칠서지점에 조류경보 '관심'단계를 발령했다. 최근 10년간 녹조 발생 추이를 볼 때 시기적으로는 늦은 첫 발령이지만 향후 녹조 관리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했다. 올해 6~8월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예정이지만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낙동강에서 녹조가 확산한 이유는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철 고수온과 비가 적게 내려 남조류가 증식하는 데 유리해서다. 과다 성장한 남조류는 녹조 확산을 부추겨 물속 산소를 감소시켜 수질 악화로 이어진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7월 말 쯤 장마가 끝나고 나면 녹조가 심해지면서 물 비린내, 녹조띠가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녹조에는 흙, 곰팡이 냄새 원인물질인 지오스민이 있는데 이 물질은 수돗물 악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1시 20분쯤 찾은 경남 합천 학동저수지 모습. 초록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 녹조가 저수지 곳곳에 퍼져있다. 합천창녕보의 낙동강물을 끌어와 농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이날 저수지 수온은 31.3도를 기록했고 기온은 30.9도였다. 김유진 기자
지난달 26일 오후 1시 20분쯤 찾은 경남 합천 학동저수지 모습. 초록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 녹조가 저수지 곳곳에 퍼져있다. 합천창녕보의 낙동강물을 끌어와 농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이날 저수지 수온은 31.3도를 기록했고 기온은 30.9도였다. 김유진 기자

◆녹조 논밭까지 점령할 수도…하류로 갈수록 심각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 경남 합천창녕보에 도달하자 녹조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합천 학동저수지는 다가서자마자 역한 물비린내가 강하게 올라왔다. 탁한 녹조는 물을 꽉 붙잡은 것처럼 끈적하게 일렁였고, 녹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 저수지 전체가 초록빛으로 물들어 '녹조 라떼'를 연상케 했다. 이 곳은 인근 농가에 쓰일 농업용수를 보관하는 저수지라 동일한 수온에도 녹조가 번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인근 학동 마을 주민 김씨(81)는 "모를 심을 때 저수지 물을 퍼서 하는데 한 눈에 봐도 물이 새파란 색이라 여간 찝찝한 게 아니다"면서도 "다른 곳에서 끌어올릴 곳도 마땅찮아 이 곳 물을 퍼서 벼농사를 짓고 있다"고 우려했다.

곽상수 창녕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은 "오염원 유입에 따른 부영양화가 발생하면서 낙동강 하류 합천보, 함안보, 부산 쪽으로 내려갈수록 녹조가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박재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남구을)에 따르면 2022년 부산시민은 낙동강 녹조 문제로 공업용수로 쓸 것을 권고하는 4등급(약간 나쁨) 이하 수질 원수를 정수한 수돗물을 58일간 공급받았다. 농업용수로도 부적합한 수질인 5등급 이하 낙동강 원수를 생활용수(식수 포함)로 공급받은 기간도 38일이나 됐다.

◆수도권은 팔당댐, 호남은 주안댐 '맑은 물' 누리는데…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 낙동강 수질은 수도권의 팔당댐, 호남의 주암댐 수질에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구 강정고령보 기준 수질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 수치는 4월 15일 기준 3ppm 수준이다. BOD는 물속 유기물을 미생물이 분해할 때 필요한 산소량으로, 1ℓ 물에 1mg 산소가 필요한 것을 1ppm이라 한다. 즉 BOD가 높을수록 수질이 나쁘다는 의미다.

반면 서울시민과 수도권의 상수원수인 팔당댐은 같은 날 기준 BOD는 1.3ppm이다. 호남 주민의 식수원인 주암댐은 같은 달 16일 기준 BOD 1.8ppm이다. 낙동강이 약 2.5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일부 학계에서는 낙동강 수질 오염 지표로서 BOD보다 COD(화학적 산소요구량)가 더 정확하다고 보고 있다. COD 지표를 기준으로 봐도 같은 날 기준 대구 강정고령보는 COD 7.6ppm, 팔당댐은 3.3ppm으로 측정됐다. 호남 주암댐은 4.3ppm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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