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수 "고령 운전이 위험? 연령별 주행거리 당 사고 건수 밝혀야"

지난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구급대원 등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에서 68세 남성이 보행자를 쳐 9명이 사망하는 사고로 고령자 운전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중과 사고 비중은 다른 연령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령 운전 자격 논란'을 다룬 기사를 캡처해 공유했다.

이 교수는 "68세 운전자가 끔찍한 교통사고를 내 무고한 시민 여러 명이 목숨을 잃고 다쳤다"며 "언론은 두 가지 가설들을 쏟아낸다"고 작성했다.

이 교수는 이 사건에 대해 언론들은 ▷사고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과 ▷고령 운전자의 운전 자격을 다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급발진' 가설에 대해 "우리는 이 주장에 익숙하다. 문제는 현대, 기아차가 세계 3대 자동차 제조 회사라는 점"이라며 "국내보다 전 세계에 몇 배가 넘는 자동차를 판매하고, 급발진 주장은 국내에서만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명을 앗아가는 형편없는 제품을 판매하고 그게 원인으로 판명됐다면 회사의 존망이 좌우될 정도의 징벌적 배상이 이루어졌을 것"이라며 "자동차는 아주 오래된 산업이고 브레이크를 현대 기아차가 새롭게 설계하고 발명한 것이 아니다. 이 가설은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고를 낸 측의 변명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령 운전자의 운전 자격 논란에 대해선 "나이와 상관없이 인지 능력과 운동 능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사고를 낼 수 있다. 하지만 68세가 운전하기에 부적합한 고령자이고 이게 사고의 원인인가? 50대 이하는 사고 안내나?"라고 되물었다.

특히 이 교수는 기사 가운데 '65세 이상이 일으킨 교통사고가 3년 연속 늘었고, 1년 전 고령자 사고 비중이 17.6%에서 20%로 늘었기 때문에 고령자 운전이 위험하다'고 지적한 대목도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인구 연령대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65세 이상으로 급속히 편입하면서 그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은 간과하고 있다"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3년 19%라서, 인구 비중과 사고 비중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해 만에 (고령자 사고가) 크게 늘었다면 그것은 예외적인 상황이고, 고령자운전이 더 위험하다는 주장을 하려면 연령대별 운전자들의 주행 거리당 사고 건수의 차이를 밝혀야 한다"며 "인과 관계를 검증 없이 엉터리 통계로 선동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