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방통위 직무 마비시켜 MBC 계속 장악하려는 민주당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된 지 6개월여 만에 자진 사퇴했다. 앞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사퇴한 이래 7개월 만에 또 방통위원장이 사퇴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김 위원장 사퇴는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이 김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밀어붙이면 국회 통과가 거의 확실하고, 그렇게 되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방통위원장 직무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사퇴는 '방통위 마비' 사태를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계(苦肉之計)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이 지난해 말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탄핵을 밀어붙일 당시 이 전 위원장은 취임한 지 100일도 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법 위반 사실도 없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탄핵을 강행한 것은 이번 김홍일 위원장 경우와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방통위 직무를 중단시켜 MBC 사장 교체를 막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많았다.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이용해 방통위의 직무를 유린(蹂蹸)하려 했다는 것이다. 파면할 정도의 위법 사실이 없음에도 직무 정지를 노리고 탄핵을 추진했다면 합법적 절차를 동원해 불의(不義)를 저지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KBS와 MBC 사장이 쫓겨났다. 사장을 쫓아내기 위해 당시 언론노조 KBS 본부 소속 노조원들은 전 정부에서 임명한 KBS 이사들을 몰아내는 퇴진 운동을 거세게 벌였다. 일부 이사들의 직장(대학교)을 찾아가 비방 벽보를 붙이거나 확성기를 틀고 집회를 벌이며 압박했다. 그리고 문 정부는 마침내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앉혔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그 입맛에 맞는 사장을 지키려고 방통위원장 탄핵을 남발하고 있다.

이번에 민주당이 또 방통위를 마비시키려는 것은 MBC·KBS 등 공영방송 임원 선임 절차를 무산시키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방통위원장과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되는 방통위는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방통위법은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로 소집하고, 재적 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인 체제로 운영하는 것을 위법이라고 단정할 명시적 조항이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도록 후임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은 것은 민주당이었다.

김 위원장이 사퇴함에 따라 방통위는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하게 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직무대행을 맡게 될 이상인 부위원장도 고발하고 탄핵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편파(偏頗) 방송으로 민주당을 돕는다는 비판을 받는 'MBC 사수'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자행(恣行)하는 방통위 마비 기도(企圖) 등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볼 수 없다. 말 그대로 '합법적 거악(巨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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