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씁쓸한 창녕마늘 초매식…생산비 충당 못할 낮은 경락가에 불만↑

건마늘 초매식에서 경매가 3차례나 중단되는 유례없는 사태 벌어져

지난 1일 열린 창녕마늘 초매식에서 성난 농민들이 마늘망을 바닥에 풀어놓은 채 발로 뭉개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창녕마늘 초매식에서 성난 농민들이 마늘망을 바닥에 풀어놓은 채 발로 뭉개고 있다.

지난 1일 창녕농협에서 열린 건마늘 초매식에서 경매가 3차례나 중단되는 유례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예상보다도 훨씬 낮은 경락가에 농민들이 강하게 불만을 터뜨리며 경매 중간 중간에 중단을 외친 탓이다.

당시 창녕농협 공판장에서는 제주에서 전남·북, 충남 등 전국에서 모인 농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마늘 초매식이 열렸다.

전국 최대 마늘 주산지가 창녕인 만큼 이날 초매식 단가는 전국의 다른 산지 마늘 가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에 전국의 농가들이 초매식에 특히 더 관심을 갖고선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경락가가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거듭 결정되자 정부의 무책임한 수급대책과 농가 어려운 사정을 토하는 농민들의 강한 불만으로 경매가 세 차례나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대서 품종 상품 1㎏ 당 3천830원에 경락되자 농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농민들은 "1㎏에 최소 4천원은 넘어야 올해 생산비를 겨우 건질 수 있다. 이런 가격으로는 마늘을 팔지 않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창녕농협 초매식 단가는 대서 품종 상품 1㎏ 기준으로 2019년 1천589원, 2천20년 3천908원, 2021년 4천631원, 2022년 5천262원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3천186원으로 대폭 내렸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농민들이 산출한 적정 마늘 생산비는 1㎏당 4천원이다. 하지만 지난 한 해 이상 기온 등의 잦은 기상 이변으로 인해 올해의 경우 평년보다 훨씬 더 많은 방제가 필요했는데 급등한 약제값과 인건비 부담 등으로 인해 평당 2만원이 넘는 생산비가 더 소요됐다는 설명이다.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 회장은 "이상기후로 2차 생장 피해가 50% 넘게 발생한 제주에선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아 최근 파종할 씨 마늘을 팔고 있다. 이는 농민들이 마늘 농사를 포기하고 있다는 얘기며, 마늘 농사 면적이 전체 재배면적의 30~40%에 달하는 만큼 양파, 양배추, 당근 등 월동채소 연쇄 파동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유통업계는 마늘가격 폭락의 원인으로 농민들의 재배면적 증가를 꼽고 있지만 실제로 협회와 자조금의 각고의 노력 끝에 올해 전체 재배면적의 5%가 줄었음에도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농민들은 할 만큼 다 했는데 유통업체는 '정부 TRQ(일정 물량까지는 저율관세를 부과하고 초과 물량에는 고율관세를 적용하는 제도로 수입 농산물이 내수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농산물 협상 합의안을 이행토록 하기 위한 방안)가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 '비축한 수매 물량이 언제 시장에 나올지 모른다'는 핑계로 가격을 후려치고 있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중매인 측에서도 올해 수급 상황을 고려한다면 1㎏당 4천~5천원도 비싸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해마다 낮은 수준의 매입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아무도 이해 못 할 이런 가격 현상의 중심에 정부가 있다. 오늘 경매가가 과연 수요와 공급에 맞는 합리적인 시장가격으로 형성된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초매식에서는 성이 난 일부 농민들이 "생산비도 못 미치는 이런 가격으로 마늘을 팔 바에 차라리 바로 없애는 편이 낫다"며 출하를 위해 가져온 다량의 마늘을 바닥에 뿌리고 밟아 뭉개는 등 울분을 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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