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대구경북 메가시티의 전제 조건

이상준 경북부장

이상준 경북부장
이상준 경북부장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17일 부산시청에서 전격 회동해 행정통합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애초 '부산·울산·경남' 통합에서 울산시가 독자 노선을 밝히며 불참하자 부산과 경남이 다시 뭉쳐 인구 660만 명 메가시티 구축에 나섰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호남권 500만 명 메가시티 동맹을 목표로 행정통합 안건을 조율 중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최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광주와 전남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 발전의 강력한 축으로 성장하는 메가시티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20일 행정안전부는 대전시·세종시·충남도·충북도 4개 시·도를 하나로 묶는 '충청지방정부연합' 설치를 공식 승인했다. 560만 메가시티 형성을 슬로건으로 내건 충청지방정부연합의 마지막 목표 역시 행정통합이다. 행정통합 없이는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나 법·제도적 뒷받침에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행정구역을 통합하는 '메가시티'가 대한민국 지방정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메가시티 화두에 불을 지핀 곳은 '대구경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5월 17일 매일신문사 주최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과 함께하는 대구경북 발전결의회'에서 "대구경북이 통합하면 인구 500만 명의 한반도 제2 도시가 된다"고 뜻을 같이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 마련을 지시하면서 대구경북 통합 논의에 가속도가 붙었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시대위원회,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달 4일 4자 회동을 통해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을 연내에 제정하고 2026년 7월 1일 통합 자치단체를 출범시킨다는 로드맵에 합의했다.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보이지만 대구경북으로선 3년 전 첫 통합 논의가 실패로 끝났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당시 통합 시도가 무산됐던 가장 큰 이유는 시도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실시한 행정통합 여론조사에서 시도민 찬성률은 절반을 채 넘지 못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낙후된 경북 부부권 반대 여론이 거셌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철우 도지사와 홍준표 시장 모두 경북 북부권 발전을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점이다. 이철우 도지사는 1일 민선 8기 2주년 기자회견에서 "통합 이전에 북부권 발전 방안을 먼저 내놓고 주민 동의를 얻겠다"고 했다. 홍준표 시장은 지난달 28일 문경시 초청 토크쇼에서 "경북도청보다 더 훌륭한 대구경북 공공기관들이 북부 지역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명문화할 수 있는 후속 조치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테면 공공기관 설립이나 이전 때 비수도권의 입지를 우선 고려하도록 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처럼 행정통합 이후 공공기관을 경북 북부권에 집적해 세종특별자치시 형태의 대구경북 행정 수도를 조성하는 방안을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자는 얘기다.

경북 북부권의 인식 전환도 뒤따라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지역 소멸을 앞당길 뿐이다. 대구경북에 이어 부산·경남, 충청과 호남이 500만 명 이상의 시·도 통합에 나선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도권 일극 체제에서 지방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행정통합을 통한 메가시티에서 찾은 것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