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곳간(금고)에 쌓인 곡식(세금)’도 제대로 못 쓰는 경북 영천시, '방만 예산운용' 지적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 예산 이월·반납 처리, “균형재정 실현 노력 부족”
영천시 “순세계잉여금 절반 감소, 공공예금 이자수익 역대 최고” 반박

영천시청 전경. 매일신문DB
영천시청 전경. 매일신문DB

부적절한 예산 편성·집행 및 편법적 전용 의혹(매일신문 6월 27일 보도)을 받는 경북 영천시가 '곳간(금고)에 쌓아둔 곡식(세금)'도 시민들을 위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방만한 예산 운용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산 편성·집행 과정에서의 면밀한 사업계획과 시행방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 행정을 해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예산을 이월 또는 반납 처리하고 있어서다.

영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최근 4년 간 영천시의 세입·세출 결산잉여금은 ▷2020년 2천481억원 ▷2021년 2천327억원 ▷2022년 3천27억원 ▷2023년 2천778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천시 본예산 1조원 시대가 열린 2022년을 전후해 매년 20~30%의 예산을 쓰지 못하고 남긴 것이다.

특히 세출 예산 이월액은 ▷2020년 1천529억원 ▷2021년 1천473억원 ▷2022년 2천139억원 ▷2023년 2천226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일반회계 기준 국·도비 보조금 반납액도 ▷2020년 94억원 ▷2021년 82억원 ▷2022년 73억원 ▷2023년 69억원 등 318억원에 달했다.

영천시가 시민들에게 거둔 세금과 정부 등 상급기관에서 받은 보조금 등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거나, 사업부서 및 계약부서에서 발주한 각종 사업 예산을 제때 지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예산 편성시 정확한 수요 예측은 물론 적정 사업과 사업자에 대해 집행을 하지 못하고 '일단 편성하고 보자'는 식의 탁상행정으로 반납 예산이 증가한 것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지난해 영천시민 1인당 재정지출 규모는 1천12만7천원으로 전년 대비 6만5천원(0.6%) 줄어든 반면, 1인당 지방세 부담액은 90만2천원에서 91만4천원으로 1만2천원(1.3%) 늘었다.

영천시 자체 살람살이 능력을 나타내는 재정자립도 역시 2021년 14.2%에서 2022년 13.5%, 2023년 12.8%로 하락했다.

영천시의회 한 의원은 "영천시의 예산 운용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균형재정 실현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천시는 "이월금과 반납 보조금을 제외한 순세계잉여금의 경우 2022년 805억원에서 지난해 472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고 공공예금 이자수익은 121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며 "예산 운용 적정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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