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일조량' 탓 영남중·고 이전 난항…지역 민심 ‘들썩'

영남교육재단 아직 정식 서류 절차도 못 밟아
부지 둘러싼 30층 아파트단지가 문제…토지 매각도 숙제
지역 주민들 "희망고문만 하다 무산될까봐 걱정"

3일 찾은 대구 달서구 월성동 717-1 일원 영남고등학교 이전 부지. 30층 높이의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다. 박성현 기자
3일 찾은 대구 달서구 월성동 717-1 일원 영남고등학교 이전 부지. 30층 높이의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다. 박성현 기자

월배지구에 있는 학교용지로 이전을 추진 중이던 영남중·고가 '일조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직까지 정식 서류 접수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을 고대하고 있던 인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칫 이전 자체가 백지화되는 게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남교육재단은 교육환경영향평가 준비가 늦어져 정식 서류 접수를 하지 못했고, 예정했던 2026년 3월 개교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3일 밝혔다. 학교 이전을 위해선 교육환경영향평가서와 위치 변경 계획서 등을 시교육청에 제출해야 한다.

현재 재단은 중학교 이전 부지(대천동 262번지 일원)와 고교 이전 부지(월성동 717-1 일원)의 일조량 요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지 2곳 모두 동쪽이 30층 높이의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어 학교 설립 시 일조량이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중학교는 교실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사이 2시간을 포함해 4시간, 운동장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사이 1시간을 포함해 2시간의 일조시간이 확보돼야 한다. 고등학교의 경우 오후 2시 대신 오후 3시를 기준으로 하고 다른 조건은 동일하다.

교육환경영향평가가 승인되더라도 현 영남중·고 부지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초 고교 이전 부지를 갖고 있던 ㈜삼정과 부지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매각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삼정 측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 측 관계자는 "일조량이 맞춰져야 시교육청에 서류를 제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전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일조량을 위해서 학교 높이를 5층 이상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현 부지의 경우 이전 계획이 통과되면 공개 매각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이전이 늦어지자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은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영남중·고 이전이 월배지구 학교용지를 활용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학교용지의 일조량을 고려하지 않고 초고층 아파트가 지어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달서구의 한 주민자치위원은 "현재 영남중·고 건물이 오래돼 수리할 곳도 많은데 이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 미뤄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전 자체가 물거품 될까 봐 걱정"이라며 "교육청과 재단이 협의해 확실한 로드맵을 그려줘야 주민들도 거기 맞춰 자녀 진학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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